단교 석달 카타르의 '생존 작전'… 사막에 농장까지 세웠다

    입력 : 2017.09.29 03:05

    [단교 사태 이후의 카타르 - 노석조 기자 르포]

    사우디·UAE 등이 경제 봉쇄하자 유럽 젖소 들여와 우유 생산하고 美·브라질·터키 등과 교역 늘려
    카타르 "단교 1000일도 문제없어… 우릴 고립한 나라들이 고립될 것"

    노석조 기자
    노석조 기자
    지난 20일(현지 시각) 오후 2시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자 빌딩숲은 사라지고 사막이 펼쳐졌다. 북쪽으로 40여 분을 더 달리자 바람을 타고 가축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도로에서 3~4㎞ 떨어진 사막 한복판에 대규모 젖소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집트 등 4개국으로부터 '친(親)이란 정책' 등을 이유로 단교(斷交)와 경제 봉쇄 조치를 당한 카타르 정부가 우유 수입에 차질을 빚자 곧바로 세운 농장이다. 젖소는 지난 7월 독일·네덜란드 등에 국적기를 보내 공수해왔다.

    '사막 목장'에 들어가자 갑자기 딸꾹질이 났다. 바깥 온도는 섭씨 40도가 넘지만, 실내는 대형 냉방시설 덕분에 20도 안팎인 상황과 관련 있을 것이다. 젖소 2두당 에어컨 1대가 설치된 구역도 있었다. 젖소 수백 마리를 일렬로 세워놓고 찬물을 뿌리는 광경도 펼쳐졌다.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인 농장 직원은 "현재 젖소 2000여 두가 하루 50t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사육량을 1만두까지 늘려 내년 상반기에는 카타르 하루 우유 소비량인 300t을 모두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타르는 단교 전까지는 유제품과 육류 등 주요 식료품의 80% 이상을 사우디와 UAE에서 수입했었다.

    이날 오후 4시쯤 수도 도하의 대형 쇼핑몰 '시티 센터'의 식료품점. 단교 사태 초반만 해도 사재기로 텅 비었던 진열대에는 브라질·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각종 식품들이 가득했다. '사막 목장'에서 생산한 카타르산 우유는 1ℓ짜리 한 병에 14리얄(약 4300원)이었다. 1ℓ짜리 터키산 우유 6.5리얄(2000원)보다 2배쯤 비쌌지만, 사람들은 신선도에서 앞서는 카타르산에 손을 뻗었다. 도하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요리사 살마 자흐라는 "단교 초반만 해도 먹거리가 동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쌀값이 2파운드(약 0.9㎏)당 5리얄(1500원)에서 20리얄까지 뛰었다"며 "그러나 카타르 정부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식료품에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지금은 쌀값이 6.5리얄 수준"이라고 했다. 코트라(KOTRA) 도하 무역관의 신재현 관장은 "카타르 정부와 기업 관계자를 만나보면 모두 '봉쇄 100일이 아니라 1000일이라도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주변국 압력에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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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서 젖소 수입… 마트엔 세계 각지 과일 한가득 - 지난 7월 16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네덜란드 수입 젖소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지난 6월 11일 도하 한 쇼핑몰 내 마트의 모습.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과일이 진열대에 가득하다. /알자지라·연합뉴스
    최근 카타르는 주변국의 봉쇄 정책에 맞서 수입 다변화와 함께 적극적인 개방 정책으로 난관을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카타르 여성 와파 알와지디는 이 같은 개방 정책 덕분에 가까스로 이산가족 신세를 면했다. 그녀는 바레인 국적의 남편과 결혼했기 때문에 카타르에서 같이 사는 두 자녀의 국적은 바레인이었다. 걸프 국가는 아버지의 국적을 따른다. 그런데 카타르와 단교한 바레인 정부가 "바레인 국적자는 모두 카타르를 떠나라"고 명령하면서 그녀는 두 자녀와 생이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가 "모친이 카타르 국적이거나 전문성이 있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한다"고 신속하게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그녀는 두 자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조치는 카타르 내 외국인의 불안감을 없애면서 자국 민심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이번 단교 같은 외교적 위기 상황을 대비해 카타르는 지난 20년간 '나라는 작지만, 외교력은 큰 나라'라는 목표를 세우고 외교 관계를 적극적으로 넓혀왔다"며 "카타르를 고립시키려는 국가는 오히려 고립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사우디 등 아랍 4개국은 카타르에 '이란과 단교' 등 13가지 조건을 요구하며 봉쇄 정책을 풀지 않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쿠웨이트 사바 국왕 등이 '카타르 사태'를 중재하고 있으나, 해결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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