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짜리 반포 1단지 재건축, 현대건설 품으로

    입력 : 2017.09.28 03:08

    국내최대 재건축 수주전 승리, 조합원에 큰절하며 "뽑아달라"
    국회의원 선거 유세전 방불… 한강변 5388가구 대단지 재탄생

    27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앞. 28인승 리무진 버스와 50인승 대형버스 70여대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태워 날랐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중 상당수는 70대 이상이었다. 몸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거나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체육관을 찾은 사람은 1600여명. 모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는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었다.

    아파트 브랜드 로고가 적힌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일부 직원은 단체 큰절을 하며 표를 호소했다. 체육관 안팎의 분위기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치열했던 수주전, 승자는 '현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던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住區)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의 96%인 2193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현대건설이 1295표를 얻었다. 막판까지 경합하던 GS건설은 886표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2조6000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0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강과 맞닿은 한강변 '알짜 입지'에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를 짓게 돼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한 표 부탁드립니다” -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입찰한 한 건설사 관계자들이 27일 조합 임시총회에서 사업 설명을 한 다음 조합원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조합원 2193명 중 과반인 1295명(59%)의 지지를 받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한 표 부탁드립니다” -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입찰한 한 건설사 관계자들이 27일 조합 임시총회에서 사업 설명을 한 다음 조합원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조합원 2193명 중 과반인 1295명(59%)의 지지를 받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오종찬 기자

    그러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 간 경쟁이 과열돼 건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현대건설이 내건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제공'이 최대 논란거리였다. 일반 가정에서 상상 못 할 거액을 이사비로 안겨준다는 제안에 정부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고, 조합은 "이사비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사비 논란이 일단락되고도 고가(高價) 선물과 식사 제공 등 선심 경쟁이 논란을 빚자, 두 건설사는 "과잉 영업과 위법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상호 비방' 눈살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 총회 자리에서도 상대방을 흠집 내는 비방전이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브랜드도 알 수 없는 GS건설의 마감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명품을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GS건설은 "없어지고, 사장되고, 바뀌는 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는 반포주공 1단지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도 편이 갈렸다. 선호하는 건설사의 영상이 나오면 "파이팅!" "멋있다"라며 손뼉을 쳤지만, 다른 건설사 홍보 때는 "너희는 상대방 욕만 하느냐" "조합원한테 소송이라도 걸겠다는 거야?"라고 야유를 보냈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현대건설 임직원은 환호했고, GS건설 관계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행사장을 떠났다. 조합이 현대건설의 승리를 선언하자마자 단상에 올라온 유승하 현대건설 전무는 과도한 경쟁에 대해 사과부터 했다. "홍보 과정에서 자주 댁을 방문하고, 여러모로 전화를 드려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남권 최고가(最高價) 단지 될 듯

    서울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정리 표
    반포주공 1단지는 1973년 대한주택공사(현 LH)가 건설한 최초 대단지 아파트이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복층 설계와 지역난방 등을 선보였고, 아파트가 국내에서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단지가 5388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면 한강과 인접한 강남권 아파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이 바뀔 뿐 아니라 반포 지역이 하나의 신도시처럼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평균 분양가격을 3.3㎡당 5100만원 정도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30평형대(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5억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포주공 1단지와 인접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최근 시세가 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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