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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혁신 2: 싱가포르 창이공항·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공항 5년째 '세계 최고'… 홍콩은 시설 확장 경쟁

홍콩과 싱가포르는 뚜렷한 개성을 토대로 경제 전반에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의 불꽃은 공항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옮겨붙었다.
각 공항이 어떻게 혁신을 주도하는지 알아봤다.

    입력 : 2017.10.13 09:06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은 싱가포르를 싫어하고,
    싱가포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홍콩을 싫어한다.’

    어디를 가도 활기 넘치는 홍콩과 차이나타운조차 깨끗하고 차분한 싱가포르의 대조적인 모습 때문에 널리 퍼진 이야기다.

    개성은 다르지만 둘은 금융과 무역, 관광,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에서 폭넓은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대표 금융 허브 자리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주식시장의 영향력과 자본 규모 등에서는 아직 홍콩이 크게 앞서지만, 외환시장 규모와 삶의 질 등에서는 싱가포르가 우위에 있다.

    경쟁의 불꽃은 공항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옮겨붙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이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몇 걸음 앞서 있지만, 수익에서는 첵랍콕이 훨씬 앞선다.

    창이공항은 얼마 전 영국의 항공 서비스 전문 조사기관인 스카이트랙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 공항’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며 5년째 선두 자리를 지켰다. 첵랍콕 국제공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위에 올라 싱가포르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스카이트랙스는 환승, 쇼핑, 출입국 수속 편의, 편의시설 등 항목을 기준으로 선호도 조사를 해 최고 공항 순위를 정한다. 올해 조사에는 1382만 명이 참여했다. 스카이트랙스의 순위 조사는 표본이 큰 만큼 항공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공항 레스토랑 평가에선 홍콩 첵랍콕 1위

    첵랍콕공항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스카이트랙스 순위에서 몇 차례 창이공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전력이 있다. 당시 인천공항까지 가세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며 ‘아시아 톱 3’를 형성해 왔다.

    창 밖으로 관제탑이 내다보이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의 식당가. /블룸버그

    순위는 벌어졌지만 첵랍콕은 실속을 챙기고 있다. 첵랍콕의 2015~2016회계연도 운영 수익은 83억7400만홍콩달러(약 1조2080억원)로 세계 1위다. 창이공항의 2015년 순익은 약 6200억원이었다. 첵랍콕공항은 올해 스카이트랙스의 공항 레스토랑 평가에서도 창이공항(2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거주지별 억만장자 수에서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두 배나 많은 데다 씀씀이가 큰 중국 ‘큰손’들이 홍콩을 선호하는 것도 첵랍콕공항의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산정보 업체 웰스엑스(Wealth-X)가 올해 발표한 거주지별 억만장자 재산 10억달러 이상 수에서 홍콩(79명)이 뉴욕(97명)에 이은 2위였다. 싱가포르는 37명으로 모스크바와 런던, 베이징에 이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민주화 시위 등의 여파로 2015년 대비 8% 넘게 줄었지만 3500만명을 넘어서 압도적인 1위였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를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은 246만명에 불과했다.

    두 공항은 모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을 벤치마킹했다. 스키폴공항은 1925년 문을 열었다. 공항을 여객 수송만이 아닌 쇼핑과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최초의 국제공항이라는 점 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평가받는다.

    창이공항, 환승객 위한 무료 시티투어 운영
    석양이 곱게 물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여객기가 출발 대기중인 모습./ 블룸버그

    하지만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두 공항은 나름의 고유한 개성을 자랑한다. 창이공항은 세계에서 ‘노숙하기 가장 좋은 공항’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해 창이공항에서 잠이 들어 비행기를 놓친 한 말레이시아 남성이 탑승권을 위조해 18일 동안이나 라운지에서 지낸 일도 있었다. 공항 안에 상점·식당이 300여 개나 있고, 샤워시설과 피트니스센터, 영화관도 갖추고 있다. 환승 대기 시간이 5시간 넘는 승객을 대상으로 무료 시티투어도 운영한다. 마리나베이샌즈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2시간짜리 투어인데 투어버스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창이공항이 ‘휴식’에 최적화됐다면 첵랍콕공항은 ‘놀이’에 더 강점이 있다. 첵랍콕은 세계 최초로 공항 내 아이맥스 영화관을 설치했다. 이곳에 있는 4D 스크린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스카이 나인 이글스 골프 코스’라는 9홀짜리 골프장도 갖췄다. 스코틀랜드 유명 골프장 설계 전문가의 손을 거쳐 미국골프협회 기준에 맞게 설계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두 라이벌에 인천까지 가세한 아시아 최고 공항 경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창이공항은 올해 4터미널 문을 연다. 이에 따라 연간 여객 처리 능력이 6600만명에서 8200만명으로 증가한다. 창이공항은 2025년까지 연간 48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5터미널과 활주로 1개를 추가로 건설한다. 싱가포르는 창이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2030년에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홍콩 첵랍콕공항은 이에 질세라 2020년까지 3터미널을 건설해 현재 연간 8000만명인 여객 처리 능력을 1억1000만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약 20조원을 투입해 추가 활주로를 건설하는 제3 활주로 조성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삼성물산 등 국내 3개 건설사
    홍콩공항 확장사업 참여

    삼성물산과 삼보E&C, 동아지질 등 국내 3개 건설사가 지난해 홍콩공항관리국으로부터 8500억원대 홍콩국제공항 제3 활주로 증설 관련 공사를 수주했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 4월 홍콩공항관리국이 발주한 지반 개량 공사 4건의 입찰에 각자 외국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해 삼보E&C 컨소시엄이 2건을, 삼성물산과 동아지질 컨소시엄이 각각 1건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총 120억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발주액 가운데 3개 건설사가 수주한 금액은 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첵랍콕공항 제3 활주로 예정 부지.

    이번 프로젝트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확장을 위한 1단계 공사로, 삼성물산은 제3 활주로 공사를 위한 부지 매립 전 해저 수심 약 7m 아래 연약지반을 개량하게 된다. 앞서 울산신항 북방파제 1·2공구, 싱가포르 지하차도 공사 등 연약지반 개량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11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지역과 창이 국제공항을 잇는 43㎞ 길이의 지하철을 건설하는 사업도 단독 수주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형 터널굴착기로 2.7㎞를 뚫은 후 개착식 터널로 지하상가 343m와 지하 2층 규모의 정거장 한 곳을 짓는 공사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공사 금액은 3억930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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