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1년도 모자라 2007년 일 갖고 싸우는 정치권

입력 2017.09.27 03:15 | 수정 2017.09.27 07:53

與가 MB정부 수사 압박하고 '盧 발언' 정진석 수사 확정되자
한국당은 '盧일가' 특검카드 꺼내… '적폐 대 원조적폐'로 전선 확대
제1당·2당이 과거사 싸움 붙자 국민의당·바른정당도 한발 걸쳐
이명박 前대통령측 "2~3일내 현 상황에 대해 입장 표명 검토"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군사 대응 움직임이 커가고 있지만 우리 정치는 과거로만 달려가고 있다. 1년 전 박근혜 정권에 대한 수사에 이어, 2011년 이명박 정권의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자 야당에선 26일 지난 2006~2007년 노무현 정권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들고 나왔다. 한국당에선 1998년 시작된 김대중 정권 당시 문제까지 "이 기회에 다 따져보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출범한 반부패정책협의회(반부패협의회)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는 청렴 국가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며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법무장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사정과 관련된 모든 고위 책임자를 불러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누구도 현 정권 비리를 조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행사에 참석했던 고위 공직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적폐 청산 작업과 겹쳐지며 전면적인 과거 정권 비리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왼쪽에서 둘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왼쪽에서 둘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새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국정 농단 비리' 수사 과정에서 출범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거쳐 구속 상태에서의 재판도 5개월을 지나고 있다. 추가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그에 이어 여권(與圈)에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와 이 전 대통령 구속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원죄(原罪)' 때문에 침묵하고 있던 야권(野圈)도 "정치 보복 중단하라"며 들고 일어났다. 이 싸움이 점점 커지면서 이번 주 들어선 정치권 전체와 각 정당의 지도부들이 총출동하는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뇌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여사는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 정진석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노 전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접수된 지 하루 만에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맡겨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야당으로선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행동에 들어갔다. 한국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일가가 수백만달러 뇌물을 받은 것은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고, 이를 규명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라며 "특검이 이뤄지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 대비 회의에서는 "이번 국감에서 저희가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원조 적폐"라고 했다. '적폐 대 원조 적폐'의 대결로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같은 당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같은 당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도 당 전체가 나섰다. 한국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고인(故人)이 되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그것도 권력의 하수인으로 검찰 권력을 이용해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해서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그렇게 되치기한다는 자체를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전면전 양상으로 가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직접 뛰어들 조짐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2~3일 안에 이 전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전방위적 공격이 '정치 탄압'이라는 내용의 강한 메시지도 검토 중"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고소한 것도 정치 공세라 보고 맞고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제1당과 2당이 '과거사 싸움'으로 붙자, 3당과 4당도 한 발씩 걸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논평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물 삼고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물 삼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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