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1만~2만원대 저가 한복 '불티'… 논란을 입다

조선일보
입력 2017.09.27 03:05 | 수정 2017.09.27 13:22

쇼핑몰엔 9900원 저고리도 나와… 주머니 얇은 젊은층 사이서 인기
외국인들, 기념품으로 여러벌 사
값싼 원단… 중국 공장서 찍어내, 전문가 "중국 무늬 등 문제 많아"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회사원 안미나(27)씨는 학교 동창들과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인사동 전통문화거리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이날 안씨가 한복 나들이를 위해 입은 저고리는 1만원, 치마는 1만2000원, 노리개는 2000원. 모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중국산이다. 안씨는 "추석 성묘 갈 때도 이 한복을 입을 거예요"라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2만~3만원대 한복이 인기다. 명절 기분을 내고 싶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다. 이전 한복은 주로 전문점에서 명주실로 짠 견(絹)을 원단으로 만들었다.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했고, 결혼 등 예복으로 주로 입었다. '저가 한복'은 이런 격식을 깨트렸다. 폴리에스테르 같은 값싼 원단을 사용해 동대문이나 중국의 공장에서 찍어낸다. 인터넷 한복 쇼핑몰에 9900원짜리 저고리까지 등장했다. 이유리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한복도 하나의 옷이자 상품이기 때문에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등장하는 것은 한복 대중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이 외출할 때 쓰던 전모(氈帽), 화려한 색상의 한복 차림을 한 시민·관광객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안을 거닐고 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이 외출할 때 쓰던 전모(氈帽), 화려한 색상의 한복 차림을 한 시민·관광객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안을 거닐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저가 한복'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패션거리의 한 옷가게. 일본 여대생 사이토 미미카(22)씨가 '韓服' '12900won!' 등의 팻말이 붙어 있는 저가 한복 코너에서 저고리를 고르고 있었다. 미미카씨는 "한복을 싸게 파는 것을 보고 기념품으로 딱이다 싶었다. 여동생과 친구들에게 한국 전통 옷이라고 소개하면서 선물할 생각"이라고 했다.

'저가 한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부터다.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과 인사동 등에서 사진을 찍는 문화가 생겼다. 한복 대여점들이 중저가 한복을 만들어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런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복 제작 업체들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준까지 간 것이다.

일부에선 저가 한복이 전통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화려함을 강조하다 보니 전통 한복에선 잘 쓰지 않는 금색·은색·형광색을 쓰고, 심지어 한국 전통 무늬가 아닌 중국 무늬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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