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北 장사정포 빨리 잡을 대책부터 세워라

    입력 : 2017.09.27 03:14

    北 장사정포, 수도권 위협 340문… 현재 군사력으론 무력화에 사흘
    3000억 투자하면 단시간에 파괴… 戰力, 시급한 분야부터 강화해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튿날인 지난 7월 29일 국방부는 높은 정확도를 가진 신형 탄도미사일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미사일은 갱도진지 목표물을 1~2m 이내의 놀라운 정확도로 명중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전술지대지 미사일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북한의 장사정포 등 120~180㎞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국군의 신무기다. 하지만 전술지대지 미사일은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다. 내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2019년에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원래 이 미사일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런저런 논란으로 지연돼 왔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장사정포 조기 무력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의지와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있다. 우선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DMZ(비무장지대)와 서해안 최전방 지역에는 1300여문의 장사정포가 배치돼 있는데 이 중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340여문 정도다. 최대 사거리가 54~70여㎞인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50여개의 갱도진지 안에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작전 계획상 이들을 완전 무력화하는 데 사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개전(開戰) 사흘이 지나도록 장사정포탄을 얻어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부와 군은 장사정포 무력화 시간을 사흘에서 하루 내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군 수뇌부의 안이한 인식, 사업 우선순위 문제 등으로 아직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 전략통 예비역 장성은 "전술지대지미사일은 1발당 3억원인데 장사정포 갱도진지당 2발씩 총 100발, 300억원이면 갱도진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무너진 갱도진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외부에 노출되는 장사정포의 파괴 등에 총 3000억~4000억원만 투자하면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 안에 장사정포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조선일보 DB
    북 장사정포는 전면전뿐 아니라 우리의 북 핵·미사일 선제타격(예방타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아킬레스건'으로 간주돼 왔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서울에 중대 위험 없는 대북 군사 옵션이 있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장사정포 때문에 서울에 어느 정도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북 장사정포 조기 무력화는 이런 아킬레스건을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다.

    장사정포 외에도 우리 군이 정말 전쟁 불사의 각오로 국토와 국민을 지킬 준비가 돼 있는가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제 도발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북 수뇌부 제거 작전, 이른바 김정은 참수 작전이 꼽힌다. 군 당국은 오는 12월 참수 작전 부대를 공식 창설할 예정이다. 참수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북한에 침투해 작전할 수 있는 침투 수단(특수전용 헬기·수송기)은 물론 부대원들이 첨단 전투장구류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의 추진 또한 군내에선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레이저 무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레이저는 제대로 개발하면 북 무인기부터 장사정포 포탄,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민간 분야의 우수한 인프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과 같은 절박감을 가졌었더라면 이렇게 지지부진했을까.

    앞으로 북한 핵·미사일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 지수는 전쟁 일보 직전까지 다가갈지 모른다. 최악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군 수뇌부가 인식과 발상부터 바꾸고 전력 증강 등 군사력 건설에서도 자를 것은 잘라내고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