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숙련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로 간다

조선일보
  • 박용화 인하대 교수
    입력 2017.09.26 03:08

    박용화 인하대 교수
    박용화 인하대 교수
    항공기 조종사는 오랜 기간의 기술 습득과 많은 경험이 필요한 특수 전문직이다. 이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나라가 조종사 수급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숙련된 조종사가 부족하면 무엇보다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 운항 횟수를 확대하기 힘들어 이용객이 불편하고 영업성도 악화되는 탓이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기장·부기장은 2011년 총 4187명에서 2016년 5623명으로 1436명(34%) 늘었다.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증가할 테니 국적 항공사들은 충원에 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3년간에만 대한항공 128명, 아시아나항공 58명 등 186명의 조종사가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보잉은 2035년까지 중국에서만 11만1000명의 새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세계 신규 수요의 40%에 이른다. 중국 항공사들이 단기간에 조종사를 확보할 방안은 공군 조종사들이 이직해 오거나 외국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수년 전에 공군에서의 민간 이직을 금지시켰고, 재작년에는 정부가 14개 중국 항공사 간 조종사 이직에 관한 신사협정을 체결토록 유도하면서 국내 충원이 어렵게 됐다. 그러자 높은 연봉을 앞세워 우리나라 조종사 영입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외국인 조종사는 총 1005명이며, 이 중 한국인이 203명이다. 203명은 우리나라 전체 조종사의 5%로, 그다지 많지 않게 여겨질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최근 3년간 대한항공·아시아나가 고용한 외국인 조종사 수가 186명인 점을 보아도 그렇다. 즉, 유출된 빈자리를 외국인 조종사들이 채우고 있다. 숙련 조종사 한 명을 육성하려면 막대한 국가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이들이 제3국으로 아무 제약 없이 떠난다면 사실상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관련 있는 사안이어서 다루기 조심스럽다. 그리고 이직을 결심한 동기 가운데는 근무 환경이나 기업 문화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정부는 핵심 산업기술의 제3국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데, 조종사는 대상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핵심 인력인 조종사에 대해서도 그에 준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옳다고 본다. 또한 국내 항공사 간에 벌어지는 마구잡이식 스카우트 전쟁에 대한 제도적 견제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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