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버스 졸음운전, 수면장애 검사로 걸러내야

조선일보
  • 이상덕 이비인후과 전문의
    입력 2017.09.25 03:09

    이상덕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상덕 이비인후과 전문의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옆 차선의 운전자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혹시 내 옆이나 앞뒤 운전자가 깜박 졸음에 빠지는 일이 없는지 걱정되는 것이다.

    이런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한수면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 4명 중 1명은 졸음운전 경험이 있고, 버스 사고의 16%는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졸음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훨씬 위험해서 사망률이 일반 사고의 두 배나 된다.

    졸음운전은 단순히 수면시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수면의 질'이다. 8시간 이상 충분히 자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4시간도 채 못 잔 것과 같을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되고 체내 산소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 의료계에서는 일반적으로 40대에는 40%가, 50대에는 50%가 코골이나 수면장애를 갖고 있다고 볼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는 수면장애 운전자 실태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겪으면서 운전자의 수면장애를 교통안전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3년 신칸센 기관사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으로 8분간 26㎞를 졸음 질주하다 급정거했는데, 역무원이 깨울 때까지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열도를 놀라게 했다. 이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됐는데,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고용주는 운전자가 졸음운전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증후나 증상에 대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간이 검사를 통해 수면장애의 위험이 발견되면 제도적으로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제 대중교통이나 화물차 운전자의 수면량과 질을 교통안전 차원에서 사회적,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기적인 수면검사와 치료 지원이 필수적이다.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겐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할 때 수면장애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에 한해 운전면허를 발급해준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졸음운전 위험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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