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말싸움, 북핵 위기 악화시킨다" 지적 잇따라

    입력 : 2017.09.24 15: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과 외교 전문가들이 ‘미국과 북한 정상 간 말싸움 때문에 북핵 위기가 실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23일(현지 시각)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로를 각각 ‘미치광이’, ‘늙다리’ 등의 표현으로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태평양 해상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NYT는 양국 간 말싸움이 이 같은 발언으로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타격 옵션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태평양 상공에서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이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하가 아닌 상공에서의 핵실험은 바람을 통해 인구밀집지역에 방사능 낙진을 퍼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전쟁 시뮬레이션 훈련에 수 년간 참여한 미 정부 인사도 “태평양 수소탄 발언 때문에 미국의 선택지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것을 파악했을 때 미국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WP도 지난 22일 같은 맥락의 우려를 지적한 바 있다. WP는 ‘트럼프가 미치광이 짓은 김정은이나 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양국 정상 간의 인신공격성 말싸움은 실질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WP는 ‘태평양 수소탄 시험’ 발언을 거론하며 일본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핵탄두 탑재 여부를 중요한 순간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전쟁을 부를 수 있는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아슬아슬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NYT는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보좌관을 역임한 코리 셰크가 “개인적 인신 공격은 타협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셰크는 “다른 지도자를 조롱하는 방식은 성공률이 높은 외교 전략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분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벤저민 카딘 민주당 의원도 포린폴리시(F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런 수사적 허세가 실제 폭탄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위협은 미국이나 아시아 동맹국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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