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전력·IT기업 "北의 EMP 공격? 대책이 없어요"

    입력 : 2017.09.22 03:11

    [전국 전력망·전자기기·금융 마비 예상되지만… 사실상 '무방비 도시']

    EMP 빠진 전시 대비 '충무계획'… 한전 50% 손상되고 原電 정지
    블랙 아웃 알면서도 '대책 없음', 석유·가스공사는 "공급 불가능"

    현금 인출, 피난 전화 '먹통' 예상… 백업데이터까지 파괴되는데…
    벙커형 금융 전산센터는 全無, IT기업 서버도 모두 국내에

    정부가 전시(戰時) 대비를 위해 만든 충무 계획에 에너지 관련 공공 기관의 북한 핵EMP(전자기파) 공격 관련 대비가 포함돼 있지 않고,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사와 IT 기업 등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 역시 EMP 대비에는 손을 놓고 있어 'EMP'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EMP에 무방비'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21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핵EMP로 공격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대비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은 북한의 EMP 공격을 받을 경우 원격 제어 시스템의 50%가 손상을 입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를 방호할 시스템은 없다고 보고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EMP 공격으로 원전이 '자동 셧다운(정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29.1%를 담당하는 원전이 한꺼번에 셧다운되면 국가 전체가 '블랙 아웃'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게 윤한홍 의원의 주장이다.

    화력발전소를 관리하는 동서발전의 경우, EMP 공격으로 영남 연안 지역 발전소가 타격을 입으면 방산업체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겨 전시에 필요한 장갑차·전차, 전투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예상했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 한국가스공사는 공장과 가정에 가스 공급이 끊길 수 있다고 예고했다.

    ◇EMP 공격 땐 금융거래도 마비

    금융 전산망도 EMP 공격에 취약하다. 미 의회 EMP특별위원회는 2008년 보고서에서 "EMP 공격은 빛의 속도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금융 시스템에 피해를 줄 것이며, 모든 백업 데이터가 전 지역에서 동시적으로 파괴되는 등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기파에 의한 피해 과정 설명도

    금융사가 EMP 피해를 막으려면 전산센터를 지하 깊숙이 '벙커형'으로 만들거나 건물 전체를 금속으로 감싸야 하는데, 국내 금융사 중 이런 시설을 갖춘 곳은 한 곳도 없다. A은행 관계자는 "현금 인출이나 송금 등 모든 금융거래가 상당 기간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전산센터가 마비될 경우에 대비해 매일 데이터를 별도 저장 장치에 보관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래가 마비되더라도 계좌 정보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최악의 사태'는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력과 통신망이 복구되면 금융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EMP의 파괴력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역시 100% 장담하기는 힘들다. 미 의회 보고서는 "EMP로 마그네틱테이프에 저장된 기록이 지워지지 않는다 해도 데이터 탐색 시스템에 손상을 입혀 저장된 기록을 불러내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백업 데이터를 CD 모양 디스크에 담아 일반 건물 지하실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 디스크도 자료가 날아갈 수 있어 시설을 개·보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 대비책 마련해야"

    기업들은 대비책 마련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국내 IT(정보기술) 서비스 업체들은 북한 EMP가 데이터센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정밀하게 검토했는데 "뚜렷한 해법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은 모든 서버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충무 계획에 EMP 관련 대비책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충무 계획에는 EMP 공격 대비와 관련, 군과 일부 통신 시설에 대한 대비책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EMP 공격의 경우 한 번 당하면 한반도 전역이 사실상 석기시대에 돌입하게 된다"며 "당장 한반도 상공 30~100㎞ 사이에서 일어날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북한의 핵EMP 공격은 대비도, 예방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핵(核) EMP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파) 현상이란 강력한 전자기파(電磁氣波) 때문에 특정 지역의 전력·통신망과 전자기기가 무력화되는 것을 말한다. 핵폭탄이 터질 때 방출되는 방사선은 레이더와 방공 시스템 같은 군사 시설뿐 아니라 은행 전산망 같은 민간 전산 시스템도 파괴할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강력한 전자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다기능 열핵폭탄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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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의 EMP 공격에 대비책 하나 없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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