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트럼프 향해 "개짖는 소리"… 美·北, 유엔서도 말폭탄

    입력 : 2017.09.22 03:05

    "우릴 놀라게 하려는 건 개꿈"
    김정은 "어깨춤이 절로 난다"

    - 美, 군사옵션 발언 계속
    펜스 "필요시 압도적 군사력 동원"
    매티스 "군사 옵션, 엄중한 현실"

    - '완전 파괴' 발언 후폭풍
    메르켈 "제재 외 군사 옵션 반대"
    이란 대통령 "트럼프 신참 불량배"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2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개 짖는 소리"라고 답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숙소인 뉴욕 유엔본부 앞 호텔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 김정은을 비난한 것을 "개 짖는 소리"라고 평가하고, 북한 일정대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서도 "그(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과수원을 시찰하며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비웃는 듯한 태도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0일(현지 시각) 제72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0일(현지 시각) 제72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관 생활을 오래한 리 외무상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매너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개소리'라고 한 것은 김정은 등 평양 수뇌부와 발언 수위를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말에는 말'로 응수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예정된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기조연설을 해왔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 9월 유엔 기조연설에서 "핵 무력의 질적·양적 강화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위협에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미국은 그 대가를 상상도 할 수 없이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의 '개 짖는 소리'란 반응에도 미국은 이날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자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여전히 외교적 노력이 (북핵 해법을) 이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이 시점에 동맹국들과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옵션을 준비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보인다. /AFP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CBS·ABC 방송 등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파괴' 발언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 화법으로 매우 잘 이해되는 발언"이라면서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 단계에선 외교적 해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세계 주요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파괴' 발언 후폭풍에 휘말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에) 제재 외에 어떤 (군사적) 방법도 잘못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백히 반대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한반도) 지도를 봐라. 군사 옵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희생자가 날 것"이라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서 북한과 함께 '불량 정권'으로 규정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과 서방의) 핵 합의가 국제정치의 '신참 불량배'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라며 "이란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참 불량배'라고 불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WP에 "(트럼프의 유엔 연설) 자료 화면이 북한 관영TV에서 반복해서 방영될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주장하면서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국을 믿고 핵 합의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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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용호, 유엔 연설서 "미국은 톡톡히 대가를 치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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