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햄버거 병' 역학조사 힘들다 결론]

지난해 네 살 아이가 대장균 감염증의 일종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에 걸렸다. 아이의 부모는 덜 익은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린 것이라며 지난 7월 맥도날드 한국 지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아이들이 나왔고 네 건의 추가 고소가 이어졌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아이 부모들의 주장처럼 햄버거가 발병 원인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박종근)는 최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생물학 교수 등 관련 전문가 5명을 불러 이 문제로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발병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인 역학조사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역학조사는 유행성 질병의 감염원과 원인이 된 병원체, 전파 경로 등을 밝혀내는 데 가장 권위 있는 조사 방식이다. 이 때문에 그간 검찰 안팎에서도 검찰이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 기관에 역학조사를 서둘러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조사를 위해서는 아이가 먹었다는 햄버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고, 환자의 상태도 시간이 지나 호전돼 조사에 필요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수사' 때와 대비된다. 이 사건에선 지난 2011년 있었던 피해 역학조사가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산품인 가습기 살균제는 검체(檢體) 확보가 쉬웠지만 햄버거와 같은 식품은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햄버거와 HUS 발병 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다음 주 의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열어 인과관계 규명 방법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