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前·前 정권에 대한 '처단' 태풍

조선일보
입력 2017.09.21 03:19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司正) 공세가 그야말로 총동원 양상이다. 여당과 국정원, 검찰, 연예계 현 정부 우호 세력 등이 모두 나섰다. 검찰은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는 적폐청산 TF가 만들어져 과거사를 캐고 있고,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국정원 댓글'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방산 비리' '4대강 사업'에 대한 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고 앞으로 '자원 개발' '공영방송 장악' 'BBK 사건' 수사도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당에서 요구하면 검찰이 받아주고 있다. 요즘 국정원은 북핵 정보를 탐지하는지 이 전 대통령 문제를 탐지하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정권이 전부 달려들어 파헤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을 '처단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지금 정권의 분위기일 것이다.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갔으니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는 보복 심리가 깔려 있다. 민주당은 정부 출범 후 최근 4개월여간 당 논평과 회의 발언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100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군 적폐 청산 위원회'를 만들고, 몇 번이나 조사했던 광주 5·18을 특별조사위에서 또 조사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조사,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조사,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조사,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 점검을 한다고 한다. 한국당 원유철 의원의 전 보좌관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사업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은 공공기관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모든 정치 보복은 불법에 대한 단죄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도 뇌물 60여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았다. 전 정권이라고 불법을 봐주면 사회가 달라지겠느냐고 할 수도 있고 언젠가 이 악순환을 끊어야 죽기 살기 한국 정치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정권도 5년 뒤엔 같은 일을 당할 것이란 사실만은 누구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물정보]
이명박 겨눈 '적폐 司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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