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북한 완전 파괴"가 시사하는 것

      입력 : 2017.09.21 03:20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핵 ICBM이 미국을 실제 위협하는 단계로 갈 경우 전면적 군사 공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본격 대두한 이후 미국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대북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김정은)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연설문은 즉흥 발언이 아니라 사전에 작성된 것이었다고 한다. 연설 직후 미 공군 수뇌부는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전략폭격기를) 예열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미국 사회 전체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다르다. 미국민의 의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태평양 건너 저 멀리 있는 골칫거리 정도로 여겼던 북한을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미 의회 내에서는 북한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와 함께, 트럼프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적어도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과 의회의 인식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설마'라고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질주를 계속하면 북한 정권 교체와 붕괴, 흡수 통일, 미국의 북한 침공은 없다는 이른바 '대북 4노(NO)'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북핵의 인질로 잡힌 한국민 때문에 미국의 군사 행동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군사 공격으로 북한을 절멸 상태로 만들려면 남한도 희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동의 없이 실행하기는 어렵다. 트럼프의 '완전 파괴' 발언에서 보아야 할 것은 북의 핵 ICBM 개발을 멈추려는 모든 외교적 노력이 무산될 경우 무언가 비상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북 군사공격일 수도 있고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대북 군사공격을 반대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미국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려 할 수 있다. 북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남 얘기하는 듯하다. 청와대는 '완전 파괴' 연설에 대해 "최대한도로 제재·압박을 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내놨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보도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정부가 이럴 수도 있나. 이 판에 외교부장관은 대북 인도 지원 얘기를 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참가하면 평창 올림픽이 안전해진다"고 한다. 마치 다른 세상 얘기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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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완전파괴', 부시 '악의 축'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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