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日은 한반도에서 발 빼고 싶다

  •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국제정치학

    입력 : 2017.09.20 03:14

    미·일에 한반도는 '타국'일 뿐… 이익 안 되면 언제든 손 뗄 것
    한국이 주도권 주장할수록 고립… 북·중 앞에 한국만 남을 수도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국제정치학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국제정치학
    지난 15일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호'가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넘어 3700㎞를 날아가 태평양에 낙하했다. 이로써 북한은 괌 타격 능력을 보여줬지만 북한엔 이번 발사가 그 자체로 중요한 모멘텀은 아니었다. 미 대륙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향한 중·장기 전략의 한 과정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엔 달랐다. 한국 정부는 그 전날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엔 대북 제재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그런 발표를 하니, 미·일 언론은 한국 정부를 의심의 눈으로 봤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비웃듯 미사일로 답했다.

    한국 정부가 대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해가 간다. 한반도 긴장 격화는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악몽이다. 북한의 도발이 한국 주식·외환시장을 흔들고, 여기에 투기 세력이 끼어들 경우 심각한 자본 이탈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 사정이다. 국제사회에는 한국과 전혀 다른 사정과 인식이 있다.

    일본엔 이번 미사일 발사가 충격이었다. 어차피 노동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곤 해도, 실제로 중거리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오는 건 다른 얘기다.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 미사일 경보가 울렸고, 일반인도 북한의 위협을 체감했다. 반면 미국엔 화성 12호가 아직 그만큼 심각한 위협이 아니다. 미국의 관심은 북한 미사일이 괌에 닿는지 여부가 아니라,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는 ICBM을 완성할지에 집중돼 있다. 미국 정부도 국민도 현시점에선 절박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한·미·일 사이에 인식의 격차가 생기고, 정책이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북한의 위협은 '당면 문제'여서 정부도 여론도 신속한 대처를 요구한다. 반면 미국은 '장래의 위협'이라고 생각해 ICBM 완성을 억제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한국에 북한의 위협은 70년 계속된 '일상'이라, 북한의 위협 그 자체보다 북한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걸 더 두려워한다.

    그런 한국이 미·일엔 긴박감 없어 보이기 쉽다. 북한 미사일에 분노하는 일본인에게 한국의 대북 대화 정책은 현상을 방치하거나 악화시키는 행동으로 비친다.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이 한국에 있다"는 한·미공동성명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일정하게 신뢰하고 있다는 표시이자, '미국이 최종 책임은 안 진다'는 뜻이다. 한국이 목소리를 강하게 낼수록, 미국 내에서 '우린 관여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의 고립'이다.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일본과 틀어지고, 미국에서도 '이참에 주한미군을 재배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위기상황임을 실감하는 일본조차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위협에 직접 노출되지는 않는다.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면 북한이 공격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정치인들이 적당히 강경 발언을 하면서, 진짜 책임은 타국에 넘기면 된다.

    사태가 그렇게 흘러갈 때 미·일에서 나올 주장이 "한국 뜻대로 하게 두라"다. 지금 구도에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주장할수록 한국이 더 고립된다. 미국 대선 때 트럼프가 "한·일은 미국에 기대지 말라"고 한 판국에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건 미국에 한반도에서 발을 뺄 기회를 줄 우려가 있다. 그럼 한국은 북한과 거대한 중국 앞에 홀로 남는다.

    한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일은 한국의 대북 주도권 주장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미·일에 구체적 역할을 맡기고 협력을 촉구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타국에 한반도는 '외국'일 뿐이다. 자국에 이익이 안 되면 언제든 손을 뗄 수 있다.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게 분명한데 이를 막을 구체적인 해법은 안 보이니, 다들 '어떻게 이 문제에서 도망갈 수 없을까' 생각 중이다. 그들의 귀에 '한국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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