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학폭委 불신에 전문 변호사 등장

    입력 : 2017.09.18 03:08

    심부름센터도 수십곳 "가해학생 혼내줄 수 있다"

    최근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실적인 학교 폭력 해결법'이라는 글이 주목을 끌었다. '맞을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도록 아이에게 가르쳐라. 경찰이 그냥 넘어가려고 하면 검찰에 가겠다고 해라' 등의 내용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정재은(38)씨는 "예전엔 학교에서 누가 때리거나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알리라고 했지만 최근엔 꼭 엄마에게 먼저 말하고, 맞은 부위를 사진 찍어두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을 넘어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가 잇따른다. 미성년자의 학교 폭력이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것을 줄이고, 학내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열리게 됐다. 학폭위 개최 횟수는 부쩍 늘었지만,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울산에서 자살한 중학생(13)은 올 초 같은 반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지역 상담 시설을 통해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학교는 학폭위를 열었지만 피해 학생 측엔 참석 통보를 하지 않고 '학교 폭력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학폭위 의결에 불복해 교육청 등에 재심을 청구한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지난해 1299건으로 늘었다.

    학폭위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도움을 구한다. 학폭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학폭 전문 변호사나 심부름센터 같은 곳을 찾는 것이다. 학교 폭력 사건 전문인 김민중 변호사는 "학폭위 관련 사건을 일주일에 1~2건 꾸준히 수임한다"며 "의뢰인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학폭위에 참석해 위원들을 설득하거나 의견서를 써준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학교 폭력 심부름센터(흥신소)'를 검색하면 수십 곳이 나온다.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300만원을 내면 1주일간 관찰하면서 증거로 쓸 폭행 현장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심부름센터는 "우리가 직접 가서 가해 학생들을 혼쭐내줄 수 있다. 돈을 더 주면 가해 학생의 부모 직장까지 찾아가서 행패라도 부려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학폭위 같은 공식 제도는 더욱 무기력해진다"며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개인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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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위, 화해·사과 없이 신고·처벌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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