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뉴욕의 영화 행사에 참석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왼쪽부터)과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 배우 에마 스톤.

영화 '위플래시'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32) 감독과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32)는 미 하버드대 재학 시절부터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동갑내기 룸메이트다. 영상을 전공한 셔젤은 드럼, 음악 전공생인 허위츠는 키보드를 잘 쳤다. 이 때문에 대학 시절부터 둘은 단짝 친구가 됐다. 다음 달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 허위츠는 17일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 밴드에서 드럼을 칠 연주자를 찾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데이미언을 추천해서 오디션을 보게 했다"면서 "지금은 거꾸로 영화 작업을 할 때마다 내가 데이미언 앞에서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버드대 시절 둘은 '체스터 프렌치'라는 인디 밴드를 결성해서 건반과 드럼을 연주했다. 허위츠는 "당시엔 클래식 음악과 재즈를 가미한 '부드러운(gentle)' 록 음악을 주로 연주했다"고 했다. 이들은 비틀스와 비치 보이스 등 올드 팝을 즐기는 음악 취향까지 닮았다. 하지만 2년 정도 밴드에서 활동한 뒤 이들은 곧바로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활동했던 밴드는 대학교 4학년 때 대형 음반사로부터 계약을 제안받기도 했다. 허위츠는 "당시에 우리는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고 했다.

이들이 감독과 음악을 각각 맡았던 2009년 데뷔작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Guy and Madeline on a Park Bench)'도 흑백으로 촬영한 재즈 뮤지컬이었다. 허위츠는 "대학 전공 수업 때문에 클래식 현악 4중주나 피아노곡은 써보았지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재즈를 뒤늦게 정식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허위츠는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재즈 음악인들과 함께 작업했다. 허위츠는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즉흥 연주와 재즈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즈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미 '위플래시'와 '라라랜드' 같은 음악 영화들을 예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허위츠는 "데이미언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고, 난 음악을 쓰고 싶었다. 좋은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은 갈망이 우리 둘을 묶어주는 계기였다"고 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을 수상한 ‘라라랜드’에서 ‘미아’(에마 스톤)와 ‘시배스천’(라이언 고슬링)이 춤추는 장면.

대학 졸업 이후 둘은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갔다. 허위츠는 시트콤이나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등에서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라라랜드'의 장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던 셈이다. 2014년 '위플래시'와 지난해 '라라랜드'가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셔젤은 감독상, 허위츠는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각각 받았다. 허위츠는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불안감은 많았지만, 명문대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불안하거나 편안하지는 않았다"면서 "학벌을 떠나서 결국 각자의 꿈을 좇는 것이다. 명문대나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단정 짓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현재 허위츠는 단짝 데이미언과 함께 영화 '퍼스트맨(First Man)'을 작업하고 있다. 허위츠는 "전자 음악 등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어 무척 설렌다"면서 "재즈와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이전 작품의 음악과는 굉장히 다른 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미언 외에 다른 감독과도 호흡을 맞출 생각이 있을까. 그는 "물론 좋은 작품이 있으면 감독과 상관없이 일하겠지만, 지금은 데이미언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다음 달 내한 공연에서는 허위츠가 지휘하는 70인조 오케스트라가 '라라랜드' 등의 영화 음악을 들려준다. (02)563-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