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누가 나 좀 스마트폰에서 구해주세요"

    입력 : 2017.09.18 03:02

    [각양각색 '디지털 디톡스' 등장]

    잠금 시간 설정하는 앱부터 자주 사용하는 앱 실행 제한까지
    미국선 식사시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 안 하면 음식값 할인도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App) '넌 얼마나 쓰니'의 잠금 화면에 쓰여 있는 문구다. 사용자가 정해 놓은 시간 동안 문자, 통화 착발신을 제외한 어떤 기능도 쓸 수 없게 만든다. 화면 중간에 초 단위로 줄어들고 있는 '잠금 시간 타이머'가 0초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아무리 터치해도 이 문구가 적힌 화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급하게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화면 상단에 '15분 긴급 해제' 버튼이 있지만, 사용하려면 현금 5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 앱에는 하루에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켰는지, 어떤 앱을 가장 오래 썼는지 분석해주는 '디지털 중독 자가 진단'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최근 다운로드 수 140만을 돌파했다. 개발자도 예상하지 못한 인기다. 김성관 리나소프트 대표는 "원래는 앱 이용 시간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알맞은 신규 앱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스마트폰 중독을 측정하는 데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후 개발 방향을 아예 중독 방지 쪽으로 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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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에 '해독'을 뜻하는 디톡스를 결합한 말로,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 정신적 회복을 취하는 일을 뜻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본인의 의지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멀리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스마트폰 중독자 수가 점점 많아지며 각양각색의 디지털 디톡스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 앱 장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디지털 디톡스 앱들이 쏟아져 나온다. '세번만'은 모바일 게임이나 페이스북같이 자주 쓰는 앱의 실행 횟수를 제한해주는 앱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돈을 준다는 앱 '방치타임'은 다운로드 수 100만을 넘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은 시간만큼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를 현금 또는 문화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대신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화면에 뜨는 배너 광고를 봐야 한다. 인천에 사는 주부 정주영(37)씨는 "초등학생 아들 둘과 누가 더 포인트를 많이 모으는지 내기하며 스마트폰을 덜 볼 계기를 만들었다"며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려고 스마트폰 앱에 의지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매달 1일에 1개, 2일에 2개, 30일에 30개 식으로 물건을 버리며 간소한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 디톡스 게임'도 유행이다. 날짜에 맞춰 필요 없는 순서대로 앱과 사진, 연락처 등을 정리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알리는 방식의 게임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는 아예 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인 '라이트폰(Lightphone)'까지 등장했다. 신용카드만 한 크기로 최대 9개의 번호만 저장할 수 있고, 문자나 이메일 기능도 없다. 미국 뉴저지 호보켄에서는 식사 시간 동안 빵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한 번도 꺼내지 않으면 음식값을 할인해주는 '디지털 디톡스 식당'까지 생겨났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더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스마트 기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디지털 중독 사회'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며 "강제나 보상 같은 외부 요인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통제하려고 하는 씁쓸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손가락만 움직이면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반응이 오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들보다 '행위 중독'에 빠지기 쉬운 물건이다"며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둘러싸여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디톡스 관련 서비스처럼 강제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스마트폰 없는 환경을 자주 체험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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