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노인 전문醫 없이 노인 대국을 맞을 건가

  • 유혜영 대한의사협회 감사

    입력 : 2017.09.18 03:09

    유혜영 대한의사협회 감사
    유혜영 대한의사협회 감사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가 올 들어 전체 진료비의 39%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노인 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가 0~64세 월평균 진료비의 3배를 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노인 증가에 따라 21세기 유망 직종으로 노인 전문의를 주목받을 직업 1위로 꼽았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갖고, 2~3개의 복합적 질환을 앓는 노인도 10명 중 3명꼴이다. 수명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한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노인과가 유망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노인 전문의가 없다. 한국은 1970년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70세를 넘지 못해 노인층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단순 진료뿐 아니라 노인의 영양 상태, 정신의학, 재활 치료까지 함께 맡을 수 있는 별도 전문의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노인 의학 전문의를 양성해 왔다. 영국은 독립적인 전문의를 따로 두고 있으며, 미국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 노인과에 대한 펠로 과정을 거쳐 시험을 치르는 노인과 전문의 과정을 뒀다. 일본은 2004년부터 양성된 노인병 전문의 6500여 명이 환자가 오면 먼저 질병과 신체 기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노인 포괄평가를 시행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시대 추세에 따라 일부 대형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별도의 노인병 내과를 두고 있지만 적자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년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기력도 떨어져 진료 시간이 일반 환자보다 더 길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일반 환자와 똑같은 진료비가 책정돼 손해일 수밖에 없다. 노인 전문의에 대한 정부 대책이 없기 때문에 생긴 현실이다.

    정부는 지금처럼 팔짱 끼고 의료계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노인 전문의에 대한 세부안을 정부와 의료계가 내놓을 때가 됐다. 노인과가 만들어지면 중복 처방에 의한 부작용이 줄어 노년기 생활의 질이 높아지고 여러 진료과를 오가야 하는 노인들의 진료비도 절약된다. 2020년이면 베이비붐 세대도 노인 대열에 합류한다. 국민의 행복한 노년을 위해 하루빨리 노인 전문의 양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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