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韓·佛의 상반된 노조 대응법

    입력 : 2017.09.18 03:13

    곽수근 사회정책부 기자
    곽수근 사회정책부 기자

    사회당 좌파 정부의 핵심 관료 출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산업부 장관이던 2014년 방한했을 때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좌·우파 구별이 필요하나"라고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대통령이 된 그는 노동 개혁안에 반대하는 좌파 정당과 노조 등을 겨냥해 "게으름뱅이, 냉소주의자, 극단주의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개혁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좌파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난에 그는 "더 많이 일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근로시간 연장, 해고와 고용 유연화를 주장하며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려온 프랑스 노동계에 개혁 승부수를 던졌다.

    마크롱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노동 개혁안의 핵심은 기업이 해고와 채용을 더 자유롭게 하고 노조의 권한을 축소해 소규모 기업이 종업원 대표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크롱은 노동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혁신과 기술,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더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경제가 필요하다"며 "프랑스는 30여년간 지속된 비능률이라는 책장을 이제 뒤로 넘기려 한다"고 선언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이 추진하는 고용정책 변화의 핵심 과제다. 해고 요건 완화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신규 고용을 유도해 경제에 활력을 주고 실업률은 낮춘다는 취지다. 지난 4일 방한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도 "임시직과 파견직을 비롯한 비정형 고용 형태가 기술 혁신과 공유 경제 등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적 불이익이 문제이지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12일(현지시각) 노동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편에 반대하며 총파업 행진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금노동자의 해고와 채용을 좀더 용이하게 하고 노조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을 축소한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AP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마크롱 당선 이틀 후 출범했다. 거의 동시에 출범한 두 정부지만 자국의 귀족 노조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다르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혁파하겠다면서도 노동계에서 줄곧 문제가 돼온 귀족 노조의 폐해엔 개혁 방안 제시는커녕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노동 정책 대부분은 노조 등 노동계 요구를 수용한 것 일색이다. 국정 과제로 포함된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가능, 취업 규칙 변경 요건 완화) 폐기도 프랑스의 노동 개혁 방향과는 정반대다. 이를 두고 한 노동 전문가는 "거대 노조 눈치 보며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정책만 강조하면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니 청년 실업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세금 내는 일자리'가 민간 부문에서 많이 생기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무원 증원 등 '세금 쓰는 일자리' 만들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거대 노조에 개혁의 칼을 들이댄 마크롱, 노동 개혁을 외면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5년 후 비슷한 시기에 막을 내린다. 두 대통령의 거대 노조에 대한 정반대 대응이 5년 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인물정보]
    마크롱의 노동개혁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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