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한·미·일 안보 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

  •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17.09.18 03:17

    安保理 제재, 잇단 北 도발에도 정부 "인도적 지원 해야" 발표
    美·日과의 대북 공조에 불협화음 이후에도 '엇박자' 가능성 커
    안보 파트너는 美·日이 되어야 위협에 억지력과 대처 능력 커져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4월 한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안보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필자에게 물었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대외 정책이 어떻게 되리라고 봅니까?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는요?" 완곡한 표현으로 포장된 여러 질문을 받고서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문 후보가 대통령직을 맡기 전 줄곧 표명해 온 사드 반대, 대북 대화 추진, 개성공단 재개 등의 공약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한국이 처한 국제 정치의 구조적 환경에 순응하여 종전 생각과는 다른 현실적 대안을 택하는 경우라고 대답했다. 실제로는 전자(前者)의 길로 가려다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후자(後者)의 길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첫 1주일 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인 행보는 한·미·일 안보 공조의 강화로 요약된다. 4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전방위(全方位)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와 한·미 합동 군사력 증진을 합의했고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결의안을 촉구했다.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던 사드(THAAD) 발사대 잔여 4기도 배치했다. 그런데 그 뒤 1주일 동안은 정반대 상황이 전개됐다.

    11일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도출된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를 파악하고서도 14일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15일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통일부는 북한의 취약 계층을 더욱 어렵게 할 유엔 제재안 때문에 더욱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내 놓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황급히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이 북한에 지원할 때냐고 물었고, 미국은 (한국의 대북 정책은) 한국에 물어보라며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 한·미·일 3국 간 대북 정책의 불협화음이 선명하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ㆍ연합뉴스
    북한 경제난은 외부 지원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내부 분배 왜곡에서 비롯된다. 미사일 개발에 들이는 공(功)의 절반만으로도 북한 식량난은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북한과는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한국은 대화 성사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맞서지 않고 양보하면 김정은 정권이 핵도 포기하고 도발도 멈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관점과 다루는 방식이 미국·일본과 이토록 다르다면 어제 한·미 정상 통화에 이어 오는 21일 뉴욕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일치된 대북 기조가 재확인된다 하더라도 3국 간 행동의 엇박자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결정적 고비마다 중국과 러시아의 민낯을 충분히 보지 않았는가. 국가 존립이 걸린 안보 문제에서 한국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는 미국과 일본이 돼야 한다. 세 나라가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에 한목소리로 대처하면 대북 억지력이 커지고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 작아진다. 평소에 북한 당국이 유독 일본에 날 선 비판을 가하는 것도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를 경계하는 의중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한·미·일 공조는 중국의 강압 외교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적 지렛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이 미·일과 협력할 때마다 동북아시아의 대립과 긴장을 부채질한다며 중국이 손사래를 치는 것도 실제로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 협력으로 일본과 신뢰를 쌓고 협력의 관행을 정착시켜 가다 보면 과거사 문제의 해결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는 역발상(逆發想)을 꾀해야 한다. 작년에 체결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양국이 북한에 관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돼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contingency)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 정책은 복지, 교육, 노동 정책과 같은 국내 현안과 달리 국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제사회를 도외시하고 국내 행위자 관점에서만 가졌던 예전의 믿음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바꾼들 그것이 나라와 국민에게 유익하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도 "반미(反美)면 어때?" 하며 대통령직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이라크에 파병도 하고 한·미 FTA도 추진하지 않았나. 시행착오가 반복되면 우선 국민이 불안해하고, 결국 우방마저 한국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관중석에서 아무리 감 놔라 배 놔라 해도 국사(國事)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지도자의 판단은 냉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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