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 달라 기도하기보단 지금 당장 복 지읍시다"

    입력 : 2017.09.15 03:03

    -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 낸 정현 스님
    사람은 항상 '지금'을 살 뿐 감사하는 마음 가지면 삶도 변해… 남 위해 기도하고 헌신해야

    불교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란 용어가 있다. 빠져나올 틈(間)이 없는 지옥이다. 쇠로 된 매[鷹]가 눈을 쪼고, 쇠로 된 뱀이 쇳물을 입에 붓고 몸을 칭칭 감아서 하루에 만번 죽었다가 만번 살아난다는 곳이다. 지장경(지장보살본원경)에 나온다. 이 때문에 지장경은 사후(死後) 지옥 이야기로 겁주는 경전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장기도도량인 강원 철원 심원사 주지 정현(58) 스님은 "지장경의 교훈은 '지금 여기'서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을 펴낸 정현 스님.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을 펴낸 정현 스님. 그는“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지장보살”이라며“지금 여기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복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최근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사진)을 펴낸 스님은 "지장보살은 지옥을 텅 비우지 못하면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보살, 즉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보살"이라며 "대승불교의 역할 모델이 지장보살"이라 했다. 또 지장보살처럼 사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스님이 불교의 천도재(薦度齋), 49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점은 '지금 이 순간'에 찍혀 있다.

    스님은 10대 어린 나이에 출가해 절에서 자랐다. 당시는 신도가 상(喪)을 당하면 스님들이 직접 염습을 해주던 시절이다. 정현 스님은 어른 스님들을 모시고 염습하면서 망자(亡者)를 많이 만났다. "나중엔 얼굴만 봐도 고인의 삶이 저절로 유추됐습니다. '이분은 잘 사셨구나' '이분은 원망을 다 못 푸셨구나' 하고 말이죠." 그는 그렇게 일찍부터 생사(生死) 문제를 만났다.

    절 생활이 익어가고 경전 공부를 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하루, 즉 지금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흔히 어제와 내일 생각하며 오늘을 못 삽니다. 오늘 불평하면 내일도 불평합니다. 지금 기뻐하고 감사하면 내일도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새 세계를 여는 것은 자신이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달렸지요." 마찬가지로 지금 우울해하고, 화내고, 미워하는 것은 스스로 무간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앙다물고 20년 수도(修道)하는 것보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기뻐하고, 감사하고 좋은 것을 느끼는 게 더 낫다"고도 말한다.

    인생은 '예금통장'이란 생각도 갖게 됐다. 복을 짓고 저축해야 인출할 복도 있다. 금생(今生)에 많은 노력을 해도 잘 안 풀릴 때는 전생 또는 그 전생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미리 꺼내 쓴 것으로 생각하고 더 저축해야 한다고 했다.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지어야 하는 것이란 이야기다.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
    습관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가령 절에 와서 '건강하게 해달라' '부자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 했다. "이미 부정적인 전제에서 출발한 기도입니다.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 '나는 가난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까요."

    스님은 매일밤 "감사" "감사"하고 간절히 외면서 명상하다 잠든다고 한다. 작년 말부터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맡아 주중엔 서울 생활하는 그는 사무실 벽에 "당신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겠습니다"란 쪽지를 붙여놓고 산다. 한순간이라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자비하고 보시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계속 감사, 감사하면 감사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일단 시작해보세요. 삶이 달라질 겁니다."

    설악산 신흥사 조실(祖室) 무산 스님은 이 책 추천사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입에서 향기가 나고 귀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