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친박, 함께 '對與 투쟁' 하지만…'탈당권유' 놓고 불안한 동거

    입력 : 2017.09.14 18:07 | 수정 : 2017.09.14 19:18

    지난 9일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앞에서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비판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친박(親朴) 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단 홍 대표가 당 혁신위의 ‘탈당 권유’ 권고를 곧바로 수용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10월 중순 이후 논의하겠다”고 밝혀 전면 충돌을 피했지만, 여전히 홍 대표와 친박 간 마치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비록 지금은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대북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대여(對與) 투쟁’을 하지만, ‘탈당 권유’ 상황에 따라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친박들의 책임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이날 연세대 특강에서 “한국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당을 나가라고 한 것”이라며 “한국당은 탄핵을 당한 정당이라는 프레임(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분들에 묶여 도매금으로 좌절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특히 그는 ‘친박’에 대해 “국회의원 한 번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잡은 집단이지 이념으로 박 전 대통령과 뭉쳐진 집단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 비판 글을 올렸다.

    김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추진과정과 연세대 특강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독고다이’는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시라소니’는 상대를 물어뜯어 제압할 수 있어도 조직의 무리를 이끌 수 없다”고 했다.

    상당 수의 친박 인사들이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이번 ‘탈당 권유’ 권고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는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일부를 탈당시키려는 것 같다”며 “하지만 바른정당 10여명을 얻기 위해 당내 30~40명 정도 되는 친박내지 TK(대구·경북) 의원들과 척을 지려는 것이 과연 맞는 거냐”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탈당권유’ 대상이 된 최경환 의원은 이날 경북 구미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 탈당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친박계는 최근 ‘대여 투쟁’으로 당이 단결된 상황에서 굳이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 핵심들의 탈당 문제를 꺼내 내부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 열린 당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선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과 이장우 의원이 나서서 홍 대표에게 “당이 하나로 뭉쳐 대여 투쟁을 해야 할 시점에 갈등을 유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홍 대표가 혁신위의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탈당 권유’ 권고를 바로 수용하지 않고 일단 “10월 중순 이후 논의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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