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원세훈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수사 의뢰… '적폐 청산' 칼끝 MB 향하나

    입력 : 2017.09.14 15:01 | 수정 : 2017.09.14 15:42

    '박원순 제압문건' 자료도 함께 넘겨…檢, 서울지검 공안2부 등 배당
    일부 사건 7년 넘어 공소시효 논란…검찰 "신속·철저히 수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국가정보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제압문건’을 만들어 심리전 활동을 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국정원 내부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핵심측근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원 전 원장을 넘어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4일 “박원순 서울시장 및 좌파 등록금 문건 사건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원에서 수사의뢰서 2건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조사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과 이명박(MB) 정부 당시 문화·연예계의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퇴출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정원에 원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이에 국정원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정치관여 금지 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와 공공형사수사부에서 이 사건 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국정원 자료를 넘겨받아 곧바로 검토에 착수했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시기인 2009년 7월 당시 현직이던 김 전 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전방위 압박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TF가 관리했던 문화예술인 명단에 오른 인사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계 52명, 방송인 8명, 가수 8명 등 총 82명이다. 소설가 조정래, 영화감독 이창동, 방송인 김제동·김미화, 가수 윤도현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 적폐청산 TF 측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명단에 오른 인사를 상대로 방송 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비판 여론 조성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해온 것으로 내부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TF는 또 ‘박원순 제압문건’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과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등 2건의 문건을 국정원이 작성했고, 이와 관련한 심리전 활동도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1년 11월 원 전 원장 등이 박 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하고 보수단체 규탄집회, 비판성명 광고, 인터넷 글게시 등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정원이 2009년 9월과 2010년 9월에도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비판 활동을 수행하고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

    한편 2009~2010년 발생한 일부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7년)가 지나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를 이루는 것) 법리를 적용하면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된 내용에 대해 공소시효 등을 충실히 검토해 신속하고도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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