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 "청와대가 적폐" 직격탄… 폭탄주도 10잔씩

    입력 : 2017.09.14 03:04 | 수정 : 2017.09.14 14:20

    [안철수가 확 달라졌다]

    - "더 내려갈 곳 없다" 절박감
    헌재소장 표결 후 與태도 겨냥 "朴 레이저 빔 떠오른다" 독설

    - 내부비판 수용, 소통 늘려
    호남 중진과 회동·통화 늘리고 당내 경쟁자 끌어안는데 힘써
    지켜본 당원들 "맷집 세졌다"

    정치권에서 "당대표로 돌아온 안철수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당은 여권에 협력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안 대표가 지난달 27일 당대표로 복귀한 뒤 현 정권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바뀌었다. 안 대표는 한창 기세가 올라있는 현 정권을 향해 "문재인 청와대야말로 적폐"라고 하는가 하면, 사람들과 낯을 가리고 술도 한잔 않던 것도 바꿔 '소주 폭탄주' 10잔도 마다치 않고 있다. 안 대표도 주변에 "지금이 바닥이고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며 "선명하게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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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가운데) 대표가 13일 전북 전주시의 한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다. /김지호 기자
    안 대표는 13일 전북의 한 행사장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마주쳤다. 마스크를 쓴 두 여성이 안 대표 얼굴에 권총을 합성한 사진 위에 '호남 킬러 안철수'라고 쓴 피켓을 들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떨어뜨린 사람을 보러 왔다"고 소리쳤다. 근처엔 "갑철수 OUT(아웃)"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표정도 안 바꾸고 주변에 서 있던 자기 지지자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했다. 항의하는 여성들 바로 앞까지 가서 인사했다. 한 당원은 "안철수 맷집 세졌네. 예전의 안철수가 아니야" 하고 한마디했다. 안 대표는 기자가 "괜찮으냐"고 묻자 "지지하지 않는 분들의 마음까지도 담아야 큰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여권과 그 지지층이 국민의당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이날 "문재인 청와대야말로 적폐"라며 오히려 대여 공격 수위를 높였다. 안 대표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소장 표결 이후 (국민의당을 공격하는) 청와대과 민주당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의 의결을 공격하는 청와대의 행태는 삼권분립의 민주 헌정 질서를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라"고도 했다. 안 대표는 이어 "2013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낙마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향해 '레이저 빔'을 쏘면서 비난한 일이 떠오른다"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권력의 민낯이자 없어져야 할 적폐"라고 했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그해 9월 19일 정계에 입문했다. 며칠 후면 만 5년이 된다. '유약한 정치인' 이미지가 짙었던 그에 대한 평가는 그 사이 여러 곡절을 거쳤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율을 앞지르기도 하는 등 국민 지지를 받았지만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열망을 채우지 못한 것을 잘 안다"며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당대표로 복귀한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번 당대표 선거 때부터 '선명 야당' '극중주의'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2012년 정계에 입문하면서도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며 중도 개혁주의를 표방하기는 했다. 그러나 2014년 3월 지금의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이런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2015년 12월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안 대표 측은 "사드 배치 결정, 탄핵 국면의 촛불 집회 등을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확실한 지지 기반을 얻지 못한 것이 패인 중 하나"라고 했다. 안 대표도 이런 지적에 수긍하면서 "대선 후보 때는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뭐든 조심스러웠지만 야당 대표는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게 역할 아니냐"며 "반대할 것은 세게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그동안 안 대표는 "사람을 챙기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측근이 그를 떠났다. 본인도 그 부분을 취약점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호남 중진들과 주 1회 이상 회동하는 등 원내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당대표 선거 경쟁자였던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과는 따로 만나 술도 한잔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염을 앓은 뒤 피했던 폭탄주를 많게는 하루 10잔까지 마시고 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원들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안 대표는 특히 지난주 4박 5일로 광주·전남을 돌기 전에는 지역 정가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가면 뵙겠다"고 했다고 한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일정을 잡으려고 전화했더니 이미 안 대표 전화를 받았다고 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는데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다 보니 시간을 쪼개 이동 시간에 자신의 차에 태우고 만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를 싫어했던 일부 호남 의원도 "'안철수 사당화'를 하려는 듯 보였는데, 요즘 몸을 낮추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안 대표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안랩을 경영할 때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절박하게 영업하던 때와 같다"고 말한다. 물론 정치권 관계자들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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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문재인 청와대, 제왕적 권력 민낯…없어져야 할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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