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태어난 집 '트랙터 봉쇄' 했다는데…

    입력 : 2017.09.14 03:04 | 수정 : 2017.09.14 08:27

    [거제 남정마을 40대 집주인, 방문객 너무 많아 '고육지책']

    밤낮 없이 찾아와 불쑥 문 열어… 주인과 마주치면 "사람이 사네"
    일부 방문객 '대통령氣' 받는다며 돌담의 돌 빼가… 담 무너지기도
    "경운기로 막아도 계속 들어와 보름 전부터 트랙터 갖다놨다"

    1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생가(生家)가 있는 경남 거제시 명진리 남정마을.

    큰 길 등에 있던 안내 표지판을 따라온 몇몇 방문객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가리키는 대로 길을 따라가 겨우 문 대통령 생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가 입구엔 커다란 트랙터가 가로막고 서 있었다.

    부산에서 온 한 부부는 "일부러 생가를 보고 싶어 왔는데 접근도 못 하게 돼 있어 아쉽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 마을 주민은 "서울·경기도 등지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욕을 하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생가 앞엔 자물쇠와 쇠사슬로 굳게 잠긴 철제 울타리도 있었다. 여기엔 '이 집(문재인 대통령 생가)은 개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입니다.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오는 일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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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시 명진리 남정마을의 문재인 대통령 생가 입구가 트랙터로 가로막혀 있다(트랙터 왼쪽이 문 대통령 생가의 부속건물·왼쪽 사진). 지난 5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매달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았다. 그런데 방문객들이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 사진을 찍는 등 사생활을 침해하자 집주인은 트랙터로 입구를 막았다. 집 앞엔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자물쇠를 채웠다. ‘이 집은 개인이 거주하는 주택이니 함부로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도 붙였다(오른쪽). /뉴시스
    문 대통령의 부모는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피란을 와서 남정마을에 정착, 추경순(88) 할머니의 집에 세들어 살았다. 추씨는 1953년 문 대통령이 태어났을 때 탯줄을 잘라주며 산파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일곱 살 때 부산으로 이사했다. 이 집엔 지금 추씨의 작은 아들인 배모(47)씨가 살고 있다. 그도 문 대통령처럼 작은방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13일 만난 배씨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밤낮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마당 안으로 들어와 창고 문 등을 열어보거나 주인과 마주치면 "어, 여기에 사람도 사네!"라며 신기한 듯 쳐다보는 바람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배씨는 자신의 방을 포함해 큰방, 부엌, 화장실 등 생활공간에 모두 자물쇠 장치를 달았다. 그는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는 열쇠로 문을 제대로 못 연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인근 형님 집에서 지낸다"고 했다.

    농사 외에도 이삿짐 운반 일을 하는 배씨는 방문객들 때문에 집에서는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 방문객이 '대통령의 기(氣)'를 받아야 한다며 집 돌담의 돌을 빼가는 바람에 담이 무너지기도 했어요. 키우던 개도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탓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는지 죽었고요."

    배씨는 "한 달 전쯤 경운기로 입구를 막았는데 방문객들이 경운기를 넘거나 피해 계속 들어왔다. 그래서 보름쯤 전에 트랙터를 갖다 놨다"고 말했다. 거제시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1만2490명, 6월 1만4060명이었던 방문객은 7월 6420명, 8월 5550명으로 줄었다.

    거제시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생가를 사 복원 사업을 추진하려다 청와대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지난 7월 문 대통령 생가와 부근 4123㎡를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이 지역은 공익·재해 예방 등의 사유로 시장이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건물 신축 등이 금지된다.

    거제시 측은 "사생활 문제도 있고, 이웃집 신축에 따른 민원 갈등 등 문제가 얽혀 있어 여러 차례 조율을 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면서 "최대한 빨리 정상적인 관람이 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 방문객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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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생가 주인 "방문객 무단침입에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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