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이사진 직장까지 찾아가 "물러나라" 시위

    입력 : 2017.09.14 03:10

    ['야당측 이사 퇴출' 등 與 내부문건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7대4 野우세 이사회 바꾸기 시도
    "당장 사퇴 안하면 당신 일터서 끝까지 괴롭힐 것" 전례없는 위협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야당 추천 KBS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들이 근무하는 학교와 직장까지 찾아가 퇴진 요구 집회·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의원 워크숍을 앞두고 만든 내부 문건 시나리오대로 방송사 노조가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건에는 KBS·MBC 경영진 교체를 위해 정치권 대신 방송사 노조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야당 측 이사들을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 캠퍼스까지 들어간 방송사 노조

    지난 12일 오후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학교에는 강규형 KBS 이사(방목기초교육대 교수)가 근무한다. 이들은 "강 교수는 KBS 이사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진 중 한 명으로, 2015년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아 KBS 이사에 임명됐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집회에서 "강 교수가 지금 (사퇴를) 결심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일터에서 끝까지 싸우고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노조원 4명은 강 교수가 수업 중인 강의실로 찾아가 복도에서 승강이를 벌였다. 이들은 집회를 끝내고 명지대 총장실을 찾아가 사퇴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캠퍼스에서… 로펌앞에서 - 12일 오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강 교수는 2015년 당시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KBS 이사로 임명됐다. 지난 8월 초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한 노조원이 또 다른 새누리당 추천 이사인 이원일씨가 대표 변호사로 일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오른쪽).
    캠퍼스에서… 로펌앞에서 - 12일 오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강 교수는 2015년 당시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KBS 이사로 임명됐다. 지난 8월 초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한 노조원이 또 다른 새누리당 추천 이사인 이원일씨가 대표 변호사로 일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오른쪽). /MBC 방송 캡처·강규형 교수

    집회가 열린 학생회관 바로 옆에는 강의동과 중앙도서관이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이사직 사퇴를 권유할 수 없는데, 난감하다"고 했다. 명지대 인문대학부 최모(4학년)씨는 "집회 소음에 깜짝 놀랐다. 자기 회사 내부 문제인데, 학교까지 와서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KBS 노조의 원정 기자회견과 시위에 대해 강 교수는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과거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방식이다. 자진 사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에서 자진 사퇴한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도 학교와 주변 지인들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는 본지 통화에서 "압박을 받은 것은 맞지만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14일에는 이원일 이사(변호사)의 서울 테헤란로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 김경민 이사(한양대 교수)의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까지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김준범 언론노조 KBS본부 대외협력국장은 "KBS 이사회는 경영을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는데, 지난해 국정 농단이나 현 경영진의 실책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3일 이후 8차례 이상 법무법인 바른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방송 장악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치권력은 뒤로 숨고, 방송사 노조가 전투조처럼 앞장서서 행동하고 있다"며 "학생을 지도하는 교단에 외부 문제를 끌어들여 교수를 겁박하는 것은 상궤를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 여야 구성 역전시키는 것이 목표

    언론노조가 이 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현재 야당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한 KBS 이사회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다. 전(前) 정부 시절인 2015년 구성된 KBS 이사회는 현재 7대4 비율로 야당 추천 이사가 다수(多數)를 차지한다. 하지만 야당 추천 이사 두 명이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보궐 이사를 선임하면 6대5로 현 여당이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사회 권한으로 고대영 KBS 사장 등 경영진을 퇴진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편 SBS 노조는 13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지난 1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윤세영 SBS 회장과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등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BS 노조는 "윤 회장 소유 태영건설이 2014년 모터스포츠 시설인 인제 스피디움 경영권을 인수한 뒤, SBS 경영진은 홍보를 위해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을 지시했고, 광명시 광명동굴 사업을 위해선 전방위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며 "회사의 대응에 따라 고발장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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