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가죽, 위대한 선수는 '번호'를 남긴다

    입력 : 2017.09.14 03:05

    8번·24번 쓴 코비 브라이언트… 레이커스 "두개 모두 영구결번"
    그레츠키 99번은 全구단 결번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뛴 적 없는 마이애미서도 결번

    NBA(미프로농구)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39)가 LA 레이커스에서 20시즌을 뛰고 작년 4월 은퇴하자 팬들은 그의 어떤 등번호가 '영구결번(Retired Number)'이 될지 논쟁을 벌였다. 팀에 큰 공헌을 한 선수가 은퇴하면 그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고 영원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제 프로 스포츠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브라이언트가 초반 10시즌엔 8번, 이후 10시즌에는 24번을 달았다는 점이다. 그는 2006년 "하루 24시간과 공격제한시간 24초, 매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며 돌연 8번에서 24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브라이언트는 8번 유니폼을 입고 세 차례(2000·2001·2002), 24번으로 두 차례(2009·2010) 레이커스를 NBA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런 레이커스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ESPN은 13일 "레이커스가 8번과 24번 둘 다 영구결번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브라이언트는 NBA 최초로 한 팀 소속으로 두 개의 등번호가 영구결번되는 영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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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레이커스에서 8번을 달고 10시즌, 24번으로 10시즌을 뛴 코비 브라이언트는 두 등번호가 모두 영구결번이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긴다면, 스포츠 레전드는 백넘버를 남긴다.
    영구결번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숫자는 '42'다.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인종의 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1919~1972)을 기리기 위해 그의 백넘버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결번 지정 당시에 이미 42번을 달고 있던 선수들은 백넘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2013년 은퇴한 이후엔 누구도 42번을 가질 수 없게 됐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도 전설의 백넘버가 있다. '하키 황제' 웨인 그레츠키(56)의 99번이다. 1978년부터 22년간 NHL에서 뛰며 2857포인트(894골, 1963어시스트)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그레츠키의 99번 역시 전 구단 영구결번이다.

    이쯤 되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이 궁금해진다. 농구를 넘어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던 조던이기에, 그의 23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NBA는 "영구결번은 각 팀이 결정할 문제로, 리그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 불스가 2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는데, 조던과 별 인연이 없던 마이애미 히트가 자체적으로 "그의 업적을 기리겠다"며 23번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해 일부 팬으로부터 '웬 뜬금포냐'는 말을 들었다.

    11명이 뛰는 축구는 12번째 선수로 통하는 팬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12번을 비워놓는 경우가 많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라치오 등의 유럽 클럽들이 12번을 쓰지 않는다.

    국내에선 프로야구가 최동원(11번·롯데), 선동열(18번·KIA) 등 13명의 영구결번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의 36번도 소속팀 삼성에서 영구결번이 될 것이 확실하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전 구단 영구결번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라이벌 구단 팬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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