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어린 나'를 안았다

  •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입력 : 2017.09.14 03:04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류주연 연극연출가·극단 산수유 대표
    아이가 운다. 1. '엄마는 내 맘도 모른다'며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한다'며 악을 쓰고 운다. 이럴 때 나의 엄마였다면 윽박지르거나 꿀밤을 날렸을 텐데, 나는 참는다.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느라, 온 힘으로 울어대는 아이만큼이나 탈진 직전이다. 2. 천장을 울리는 울음소리 속에서 참선 뺨치게 고요히 있노라면, 이번엔 '왜 아무 말도 안 하느냐'며, '무섭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운다. 그래서 조용히, 정말 조용히 앞뒤 정황을 따져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얘기해본다. 3.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왜 소리를 지르느냐'며, '말하지 마라'며 그야말로 소리소리 지른다. 1, 2, 3이 끔찍하게 반복된다. 결국은 붓다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나도 아이에게 소리친다. "그럼 어떡해!" 아이는 눈물범벅, 땀범벅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 괴성으로 답한다. "그냥 위로해주면 돼! 그냥 안아줘!"

    울면 혼나고, 말대꾸하면 혼났던 어린 시절, 나는 속으로 깊이깊이 생각했었다. '난 이러지 않을 거야, 난 나의 아이에게 이러지 않을 거야.' 나와 생각을 같이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변해갔다. "너도 낳아봐." 그러면 나는 속으로 깊이깊이 생각했다. '난 저러지 않을 거야, 난 절대로 아이를 때리지 않을 거야.'

    드디어 나도 엄마가 됐다. 엄마의 마음도,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된다. 그래도 내 결심을 지키고, 내 생각을 확고히 하려고 아동심리학 책을 섭렵했다. 그럼에도 아이와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다. 뭐가 잘못된 걸까?

    [일사일언] '어린 나'를 안았다
    아이를 안는다. 울고 있는 아이를 꼭 껴안고 '마음이 많아 아팠구나'라고 해준다. 아이는 더 '쎄게' 나를 안으며 차츰 진정되어 간다. 내가 안고 있는 것은 내 아이가 아니라 '나'다. 어린 시절의 나. 속으로 깊이깊이 다짐했던 결의들은 사실은 어떤 상처였나 보다. 아이는 '어린 나'를 만나고, 힘껏 안을 수 있게 한다. 감사하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