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처럼 방황하다 내 소리 찾았죠"

    입력 : 2017.09.14 03:02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서편제' 작곡가 윤일상과 동호役 강필석]

    윤, 20년전 온갖 송사에 미국行 "서편제 곡 쓰면서 혼자 울기도"
    강, 30代 완벽주의 강박에 방황 "떠난 뒤 배운건 남 탓하지 말자"

    "30대 초반에 갑자기 정체기가 왔어요. 일이 끊이지 않아 남들은 '좋겠다'고 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무대에 서는 것 같아 창피했죠. '적당히' 하는 현실에 타협하든가 떠나든가 둘 중 하나는 택해야 했습니다."(강필석)

    "저도 비슷해요. 20년 전쯤 '잘나간다' 싶을 때 온갖 송사가 밀려들었어요. 스물네 살에 견디기엔 힘들었죠. 환청에 시달릴 정도였으니까요.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갔지요."(윤일상)

    뮤지컬‘서편제’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윤일상(오른쪽)이 동호 역의 강필석과 함께 자신의 작업실 옥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뮤지컬‘서편제’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윤일상(오른쪽)이 동호 역의 강필석과 함께 자신의 작업실 옥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편제는 국악뿐만 아니라 발라드, 록음악, 전자음악(EDM)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아 좀 더 가볍고 흥있게 전개된다. /장련성 객원기자
    1990년대를 주름잡은 댄스가요 그룹 쿨의 '해변의 여인', DJ DOC의 '겨울이야기', 영턱스 클럽의 '정' 등을 작곡한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43)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으로 대학로 흥행 보증수표가 된 강필석(39)이 만났다. 두 남자는 '방황'이란 단어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막이 오른 뮤지컬 '서편제'의 작곡가와 남자 주인공 동호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소리를 찾아 방황하다 결국 자신의 길을 찾는 동호처럼 저마다 방황했던 시절 이야기로 속내를 털어놨다.

    창작 뮤지컬 '서편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애착이 큰 작품. 3년 만에 팬들 요청으로 다시 공연되는데 강필석은 오로지 작품이 좋아 스케줄을 바꾸면서까지 참여했다. 윤일상도 여러 방송 출연을 포기하면서 두 달간 하루 2시간씩 자며 13곡을 새로 만들었다. 서편제 곡을 쓰다 눈물이 북받쳐 밥도 못 먹기 일쑤였다.

    "윤일상, 하면 부유하게 여겨지나 봐요. 제가 살이 쪄서 그런가(웃음). 음악 시작한 초반엔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고, 조금 잘나간다 싶으니 조폭들이 망치 들고 깽판 부린 시절도 있었는데요. 그때 깨달았어요. 하늘은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주진 않지만 하나를 주면 반드시 다음엔 다른 걸 준다는 걸요."

    열아홉부터 작곡가로 활동하며 가요계를 평정했다. 댄스에 이어 발라드인 김범수 '보고 싶다' 이은미 '애인 있어요' 등을 비롯해 최근 다시 뜬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 노래방에 수록된 윤일상 노래만 700여곡이다. 뮤지컬 '서편제' 대표곡인 '살다 보면'은 탤런트 박보검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기도 했다. 찬사를 받았지만 '건방지다'는 둥 '댄스음악 자기복제'라는 둥 악평도 따라왔다. "3~4년 전에도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는데 예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극복했어요. 감당하기 힘든 일이 오면 분명히 좋은 일이 올 거라는 확신이 와요."

    윤일상 말에 강필석이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10개월여 무대를 떠난 뒤 배운 건 결국 '남 탓하지 말자'였다"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멤피스'라는 공연을 보게 됐어요. 여자 주인공이 그날따라 대타였는데 몸이 완전히 굳은 거예요. 남자 배우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맞춰주는데 마지막에 완벽하게 꽃피우더라고요."

    윤일상은 요즘 홍대 앞에서 'the 142'란 밴드로 현장 감각을 다시 익히고 있다고 했다. "운동도 숨이 차오를 때까지 해야 효과를 보는 것처럼 연습도 그렇게 한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경쟁력"이라는 윤일상 말에 강필석이 맞장구쳤다. "학생 때 프랑스 국민 배우 미셸 부케의 공연을 보러 간 적 있어요. 너무 감동하여서 그에게 인생 좌우명을 가르쳐 달라고 했죠.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너의 주위 삶을 보라'였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뮤지컬 서편제는 11월 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1544-1555


    [인물정보]
    작곡가 윤일상은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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