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는 야하다? 편견 깼어요"

    입력 : 2017.09.14 03:04

    [테이트 NUDE]

    학교 단체 관람 발걸음 이어져 "10대들 자연스럽게 性교육 돼"

    "첫 그림이라 그런지 프레데릭 레이튼의 '프시케의 목욕' 앞에서 '와~세다!'라고 생각했어요. 누드니까요(웃음). 근데 도슨트의 설명을 듣다 보니 '누드는 선정적인 그림이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됐어요."(강다교·대정여고·16)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에 요즘 10대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가을을 맞아 예술의 향기를 만끽하기 위한 체험 학습의 일환으로 서울은 물론 멀리 지방에서까지 찾아오는 학생 단체 관람이다. 지난 1일 관람한 경기도 남양주 진건고등학교 학생들에 이어 8일엔 충북 음성 매괴고등학교 학생들이, 11일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소마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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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제주도에서 수학여행차 서울에 올라온 대정여고 1학년 학생들이‘테이트 명작전—누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속 도슨트가 설명하는 작품은 루시안 프로이트의‘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 /박상훈 기자
    제주도 최남단에 있는 대정여고 1학년 재학생 130명이 미술관에 도착한 건 11일 오후 6시. 수학여행차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서울에서의 첫 일정이 테이트 명작전 관람이었다. 학생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전시장에 걸린 122점의 걸작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즐거워했다. 도슨트 설명을 듣던 김현진(16)양은 "작품들이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뿐 아니라 그것에 담겨 있는 신화와 역사 이야기, 작가의 관념, 시대적 상황까지 담고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공부가 됐다"면서 "122점의 작품 중 허버트 드레이퍼의 '이카로스를 위한 애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현주(16)양은 "누드는 야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기회였다"면서도 "사람의 몸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담아낸 사진 작품은 조금 쑥스러웠다"며 웃었다.

    부모나 교사의 지도 아래 관람하게 돼 있는 '에로틱 누드' 전시장에서도 학생들은 거리낌 없었다. 선생님과 동행해 전시장에 들어선 10대 소녀들은 여성이 남성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코믹한 드로잉 앞에서 깔깔거리는가 하면, 윌리엄 터너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드로잉도 진지하게 감상했다. 거장 피카소가 말년에 그린 판화를 들여다보던 배효빈(16)양은 "성(性)에 대한 상세 묘사라기보다는 일종의 풍자 같아서 큰 거부감 없이 관람했다"고 말했다. 몇몇 짓궂은 학생들은 "애걔, 별로 안 야하네!"라고 해서 웃음이 터졌다.

    대정여고 김수영 (29) 교사는 "전시 주제가 누드라 살짝 걱정도 했지만, 200년 누드 변천사를 보면서 신화와 역사, 시대를 함께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 / 소마미술관에서 12월 25일까지]

    ▲장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10월 30일까지 휴관일 없음)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65세 이상 6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인터파크와 티몬에서 입장권 할인 판매 중. 매주 월요일 '포토데이', 입장권 할인 이벤트

    ▲문의: (02)801-7955, www.tate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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