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그려낸 가을 풍경화

    입력 : 2017.09.14 03:04

    이시영 '하동' 권대웅 '나는… ' 초가을 서정 담은 詩集 한 쌍

    이시영, 권대웅 시인

    이시영(68·왼쪽 사진) 시인의 시집 '하동'(창비)과 권대웅(55·오른쪽) 시인의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문학동네)가 나란히 나왔다. 두 시집 모두 평이한 언어로 쓰였고, 짧은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면서 서사가 담긴 산문시도 적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시영 시인은 1969년부터 시작(詩作)을 펼치며 시집 '만월' 등으로 40여 년간 서정적 리얼리즘의 시학(詩學)을 대표해왔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다.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권대웅 시인은 달동네에서 자라며 키운 감성으로 달을 주제로 한 시화(詩畵) 작업을 펼쳐왔고, 올가을 14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엮었다.

    두 시인의 시집 모두 가을의 시정(詩情)을 물씬 풍긴다. '시월은 귀뚜라미의 허리가 가늘어지는 계절/ 밤새워 등성이를 넘어온 달은 그것을 안다'라고 이시영 시인은 노래했다. 단 두 줄짜리 시 '새벽에'는 귀뚜라미가 밤새 울었다는 것만 전한다. 귀뚜라미 울음은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려고 날개를 비벼 내는 소리다. 그런데 시인은 수컷의 애타는 심정과 노력을 '허리가 가늘어지는 계절'에 압축했다. 그는 밤새 귀뚜라미를 지켜본 새벽달이 그 울음에 상응하도록 배치해 한 폭의 가을 풍경화를 간결한 언어로 그려냈다. 귀뚜라미 울음을 시인이 온몸으로, 허리가 가늘어지도록 쓰는 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달의 운행은 시인이 치열하게 살아낸 나날의 흔적이 되는 셈이다.

    전남 구례가 고향인 이시영 시인이 경남 하동을 바라보며 쓴 시 ‘하동’의 젖줄이 된 섬진강의 가을. 얕은 곳에서 주민이 재첩을 채취하고 있다.
    전남 구례가 고향인 이시영 시인이 경남 하동을 바라보며 쓴 시 ‘하동’의 젖줄이 된 섬진강의 가을. 얕은 곳에서 주민이 재첩을 채취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전남 구례가 고향인 이시영은 산문시 '하동'을 통해 섬진강 건너 하동을 생사의 경계로 상상했다. '하여간 그쯤이면 되겠네. 섬진강이 흐르다가 바다를 만나기 전 숨을 고르는 곳'이라며 '그래, 코앞의 바다 앞에서 솔바람 소리도 듣고 복사꽃 매화꽃도 싣고 이젠 죽으러 가는 일만 남은 물의 고요 숙연한 흐름. 하동으로 갈거야'라고 웅얼거렸다.

    권대웅 시인은 시 '화무십일홍'을 통해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라며 가을 초입을 생사의 경계로 그려냈다. 그는 인생이란 '여름에 녹는 눈사람'에 비유했다. '7일만 살면서 오직 사랑을 찾기 위해 울던 매미'와 같다는 것. 여름이 끝날 때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시인은 시 '처서(處暑)모기'에선 여름이 지나도 시인을 무는 모기를 통해 '머릿속 어딘가가 가려웠다/ 마음 속 어딘가가 절룩절룩 아팠다'라며 고통이 삶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내면을 '달소'란 조어로 표현했다. '소가 달을 끌고 간다/ 느릿느릿 쟁기 하나로/ 어두운 저 무한천공(無限天空)을 갈고 있다/ 걸음이 무거워져 뒤를 돌아볼 때마다 / 달이 자라나고 있다'라며 고행하는 소의 시선으로 달을 초월 세계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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