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생활 18년… 女배우 문소리로 산다는 것

    입력 : 2017.09.14 03:04

    [영화 리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각본·주연까지 맡아

    "젠장, 아우~! 여배우 진짜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

    연기 생활 18년 차, 한때는 국가대표 연기파 배우로 손꼽혔지만 어느새 더 싱싱한 여배우들에게 밀려나는 배우 문소리.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오른 산에서 만난 제작자는 "대학생 자식이 있는 정육점 여주인 역할"을 권하고, 설상가상 그 친구들이 술자리까지 따라붙어 "21세기에 성형도 안 하는 자연 미인"이라는 둥 속을 긁어댄다. 이래저래 쌓이는 게 많았던 그날, "누님은 나름 매력적이고 나이에 맞게 아름답다"는 매니저 말에 문소리는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웃는 얼굴로 품위 유지하며 여배우로 사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영화 속 여배우 문소리는 신용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갈 때도 사람들이 알아볼까 선글라스를 쓴다.
    영화 속 여배우 문소리는 신용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갈 때도 사람들이 알아볼까 선글라스를 쓴다. /메타플레이

    14일 개봉하는 '여배우는 오늘도'는 배우 문소리(43)가 감독·각본·주연까지 맡은 영화. 정직하고 유쾌하다. 재치 있는 상황 설정과 대사에 배꼽을 잡고 웃다 보면, 곰곰이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되짚어보게 하는 힘까지 갖췄다. 연출이 처음인지 다시 확인해보게 되는 수작(秀作)이다. 문소리는 "다큐가 아니라 픽션이지만, 100% 진심이긴 하다"고 했다.

    "여배우는 연기력보다 매력이 중요해. 연기력이랑 매력이랑 붙어 봐, 맨날 매력이 이기거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 꼭 출연하고픈 유명 감독이 러브콜을 보내오면 "빤쓰 벗고라도 덤빌" 준비가 돼 있는데, 현실은 매 순간 '생활인'으로 싸울 일의 연속이다. 어린 딸 길러주시는 친정엄마 체면 세워주려면 치과에 들러 의사와 사진도 찍어줘야 하고, 집 대출 갚으려면 은행에 들러 신용 대출도 늘려야 한다. 안면 있는 감독의 공짜 특별 출연 제안 거절하느라 술 마시고 노래방까지 갔다 온 날, 마루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그에게 영화감독 남편이 말한다. "여보, 힘들면 뭐라도 하나 줄여요." 치매 요양 중인 시어머니도 하나고, 아기도 하나고, 작품도 1년에 해 봐야 한 작품 하는데 도대체 뭘 더 줄이란 말인가. 남편이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그럼, 술이라도 좀 줄여요."

    시종 담담하지만, 여운이 깊다. 상영 시간 71분, 12세 관람가.

    [인물정보]
    '영화인' 문소리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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