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참 오래 걸렸다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 2017.09.14 03:09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밑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 데
    아홉 해 걸렸다.

    ―박희순(1963~ )

    정신 좀 차리며 살아라. 잠깐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라. 발밑에 웅덩이 놓였는지 살피며 걸어라. 이런 명령을 품은 듯한 시이다. 시간 걸리는 일 아닌데 바삐 사느라 노란 꽃등불 켜 마당 귀퉁이 어둠을 빠끔 밝혀 주던 애기똥풀꽃을 해마다 지나쳤다. 무정도 해라. 그게 9년! '애기똥풀' 이름 넉 자 알아보는 데 무려 아홉 해 걸렸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

    요즘 어린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학원을 3~4군데나 돌아 밤중에 귀가하는 어린이도 있다. 심하다. 이건 공부가 아니라 뺑뺑이 돌리기다. 어린이 시간도 자유에 목마르다. 벌써 9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왔다 갔다 하다가 올해도 훌쩍 가버릴 것이다. 세월도 사람만큼 바쁘다. 숨 돌려 나무와 풀, 열매들에게도 눈길 건네자. 그건 나를 밝히는 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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