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스마트폰에도 유해성 경고문 넣어야 할 판

    입력 : 2017.09.14 03:14

    청소년, 스마트폰 오래 보면 내사시·불면증·우울증 생겨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하듯 '과다 사용 위험' 문구 넣어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두 해 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엄마 손에 이끌려 전남대병원 안과를 찾았다. 엄마는 딸아이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눈동자가 가운데로 쏠린 것 같다고 했다. 의료진이 사시 각도를 측정해보니, 내사시(內斜視)가 초기를 넘어 중등도 상태였다. 한 해 전에 찍은 사진 속 얼굴에서는 눈동자가 안으로 몰리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하나가 둘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도 나타났다.

    중학생 나이에 원래 없던 내사시가 생겼다면 뇌종양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안구 조절 신경이 뇌종양에 눌려서 사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신경학적 기능 이상은 없었다. 의료진에게 뭔가 짚이는 게 떠올랐다.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행태를 조사해보니, 최근 6개월 동안 스마트폰을 끼고 살며 하루에 몇 시간씩 들여다봤다. 밤에 방에서 불을 끈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바라본 시간도 잦았다. 내사시 원인은 스마트폰 과(過)사용이었던 것이다. 안구 근육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청소년기에 작은 액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 장시간 뚫어지게 바라본 결과, 눈동자 조절 근육인 내직근이 당겨지고 단단해져 생긴 현상이다.

    안과 허환 교수는 이처럼 신경학적 질환 없이 전에 없던 내사시가 생긴 청소년 12명을 찾아냈다. 다들 4개월 이상 매일 4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썼다. 이들에게 스마트폰 금지령이 내려졌다. 석 달 후 9명은 눈 쏠림이 풀리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사시 원인 진단이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3명의 내사시는 좋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병원 방문이 늦어 정도가 심했거나, 차단령에도 유혹을 참지 못해 스마트폰을 갖고 다녔던 게다. 결국 세 명은 안구 안쪽을 열고 들어가 내직근 위치와 수축을 바로잡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선일보 DB
    허 교수가 지난해 초 이런 과정을 밝힌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내자, 안과 의사들은 '설마~' 하며 긴가민가했다. 요즘 소아 사시 관련 학회가 열리면 다들 스마트폰 내사시 아이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보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셋 중 하나가 일반 휴대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쓰고, 중학생 일곱 중 하나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분류되는 판이니, 그럴 만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십년 정도 되면서 스마트폰 과사용과 관련된 질병 발생 연구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버스건 지하철이건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을 보는 통에 목 디스크 환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디스크를 감싸는 척추 근육과 인대가 튼실한 20~30대에서 되레 '목 디스크 이탈'이 부쩍 늘었다는 점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고개 혹사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수면 유도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를 교란한다. 밤 10시 이후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수면 사이클이 깨져 잠자기 어려워진다. 젊은 사람에게 수면 유도 장애, 불면증이 생기는 최대 원인은 야간 스마트폰이다. 중학생들에게 안구건조증이 늘고, 대학생들에게 편두통이 늘고, 정수리 신경통이 증가하는 것도, 스마트폰 때문이다. '문자통'이라고 해서 손가락 인대염 환자도 늘었다. 과사용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심리 불안을 느끼고, 우울감과 자살 생각이 증가한다. 인간 세상과 떨어져 모바일에 빠지고, 신체 활동이 줄어든 탓이다.

    새로운 문명이 나오면 새로운 질병이 나온다. 스마트폰을 우리의 삶에서 뗄 수는 없지만, 그것에 빠져 건강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모바일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 스마트폰 과사용 문제는 마치 흡연이나 비만의 유해성을 찾아낸 시절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문을 넣듯이 이제 스마트폰에도 '과도한 사용은 내사시, 불면증, 목 디스크,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경고문을 붙여놔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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