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의 어이없는 전술핵 반대 논리

      입력 : 2017.09.14 03:20

      미 국방부 동아태국 대변인은 전술핵 한국 재배치에 대한 언론 질문에 "핵 관련 사안은 비공개"라며 "이 시점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2012년엔 '전술핵 재배치 계획과 의지가 없다'고 했고, 국무부 대변인도 "전술핵은 한국 방어에 불필요하다"고 했었다. 미국 측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미 국방부의 이런 반응은 지난 3일 북한의 수소폭탄 추정 핵실험 후, 백악관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이어서 나온 것이다.

      아직은 미 정부의 정책 변경까지 간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미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질지 불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국민의 생명을 더 확실하게 지킬 것이냐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 이상철 1차장은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되고, 북한 비핵화 명분이 상실되며 동북아 핵무장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북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이미 깨졌다. 우리가 빈손으로 북에 비핵화를 촉구하는 것보다 미국 전술핵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남북 동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전술핵 재배치로 동북아 핵무장을 가속한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중국·러시아는 공인된 핵보유국이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일본은 결심하면 3~6개월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라가 핵보유국이거나 이에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빠져서 핵확산을 막자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핵 공유 협정을 통해 전술핵을 독일·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터키에 남겨놓았다. 청와대 논리라면 독일을 비롯한 5개국이 NPT 협정을 위반하고 핵확산을 시킨 것인가. 말도 되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하면 한국이 전 세계의 경제제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 세계의 경제제재는 우리가 NPT를 탈퇴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게 아니라 핵보유국인 미국이 자국 자산의 배치를 바꾸는데 무슨 경제제재가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총리가 '독자 핵무장'과 '미 전술핵 재배치'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나. 사드 보복처럼 중·러가 경제 보복을 할 가능성은 있다. 만약 북핵에 맞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조치조차 중·러의 반발이 무서워서 실시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사실상 이 나라들의 정신적 식민지가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이제는 길게 보고 추진할 수밖에 없는 목표가 돼 버렸다. 청와대는 북한 비핵화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국가와 국민을 지킬 방법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아무런 대책이 없으면서 전술핵 무기로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이루자는 논의마저 걷어찬다면 어쩌자는 건가. 이 총리는 "미국 핵우산이 있다"고 했는데 핵우산을 믿을 수 있고 충분하다면 '6·25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뭔가. 새 정부 책임자들이 중대한 위기에서 아직도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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