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자 빠지고 조력자 징역형… '금감원 특혜채용' 이상한 판결

    입력 : 2017.09.13 19:05

    /조선DB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원 2명이 한꺼번에 실형을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13일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김수일 부원장에게 징역 1년,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게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2014년 6월 발생했습니다. 금감원의 변호사 경력직 채용 전형에 로스쿨을 막 졸업한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이 지원합니다. 임 전 의원은 당시 최수현 원장과 같은 충청 출신이자 행정고시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인사 담당이었던 당시 김수일 부원장보와 이상구 총무국장은 임 전 의원 아들에게 불리한 평가 항목은 없애고 유리한 방향으로 배점을 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변호사 재직경력 우대조건을 없애고, 금융기관 수습 경력이 있으면 우대하는 조건을 신설했습니다. 임 전 의원의 아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변호사 경력은 없는데 금감원에서 수습으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맞춤형 채용인 셈이지요. 임 전 의원 아들은 결국 합격했습니다.

    이 사실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고, 검찰 기소로 이어져 13일 1심 판결이 났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채용 과정을 진행하는 도중에 전형 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 금융을 검사·감독하는 금감원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은 우리나라 금융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관련자에 대한 실형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애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최수현 전 원장과 임영호 전 의원은 처벌 대상에서 빠진 겁니다. 임 전 의원의 부탁과 최 전 원장의 개입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이죠. 그래서 채용 비리를 실행한 2명은 실형을 선고받고, 부탁하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금감원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몸통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는 것입니다. 법원도 아쉬웠나 봅니다.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범행에 의해 이익을 받는 사람들은 아니었고, 피고인들이 행위를 하게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할 수 없어 미완(未完)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의 권위는 도덕성과 정의 수호 의지에서 나옵니다. 임직원 모두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자문자답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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