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외고·자사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어떻게 대비하나?

    입력 : 2017.09.16 18:58

    외고·자사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추진 등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월드컵둥이’들의 험난한 입시 여정,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 8월 11일 열린 ‘2021학년도 수능개편 시안 공청회’ 현장.

    “2002년에 낳아서 미안해.”


    요즘 중3 학부모들 사이에선 웃지 못할 농담이 오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개편된 교육정책의 첫 대상이 될 자녀들이 혼란 속에 대학입시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 관련 논란은 늘 존재해왔다. 문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핵심 교육공약인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수능 절대평가 확대, 고교 학점제 도입 등은 사안마다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불안감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대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 직후 외고·자사고 폐지를 시사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재평가 대상 학교 다섯 곳을 모두 재승인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8월 10일,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화 추진을 발표했을 때도 그렇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절대평가를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1안과 전면 실시하는 2안을 동시에 내놔 수능 찬성·반대 측 모두의 질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간 보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지만 이처럼 깊어져 가는 갈등의 골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 상황에서 가장 속이 타는 것은 누가 뭐래도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당장 하반기 외고·자사고 입학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는 중3들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막막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이 대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 혼란 속, ‘월드컵둥이’들은 당장 코앞에 닥친 고교 진학과 4년 앞으로 다가온 대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교육계 전문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부작용은 없나?

    정부는 8월 31일, 수능 개편 확정안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1안과 2안 중 하나가 선택된다. 1안은 한국사와 영어,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과목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이고, 2안은 여기에 국어, 수학, 탐구까지 포함해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이다.

    지난 8월 18일 있었던 수능 3차 공청회에서는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1안 지지자들과 2안 지지자들이 팽팽히 맞섰다. 1안 지지자들은 교육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선 단계적 절대평가가 낫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2안 지지자들은 전 과목 절대평가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오히려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근주 열정스토리 진로진학연구소장은 “현재 저항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보다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는데 내신은 상대평가로 가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우려스럽습니다. 내년부터 중2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15 교육과정’은 수업을 토론 방식으로 전환하고 수업도 80여 가지로 늘리겠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내신만 상대평가로 그냥 두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토론을 상대평가로 점수 매기기도 어렵고, 소수 과목 학생들은 내신을 못 받을 게 뻔하잖아요. 원래는 내신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한 다음 수능도 따라가는 것이 맞아요”라며 현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입전형, 변화 전망은? 정시↓ 학생부종합전형↑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수능 절대평가가 추진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이 현행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입학사정관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은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고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지 정도만 평가하는 도구가 될 겁니다”라며 “수능으로 평가하는 정시 비중은 줄고, 학생부종합전형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대학들의 전형이 수능 절대평가 전환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건국대의 경우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해왔고, 앞으로도 신입생 3천3백 명 중 1천6백 명 정도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소재 대학들 중 상당수가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을 60~80% 정도로 두고 있다고 한다.

    대학 입학전형은 정시와 수시로 나뉘고, 수시는 크게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특기자전형, 논술전형 등으로 나뉜다.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정시로 선발하는 인원보다 많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전언이다.

     
    외고·자사고는 대학입시에 유리할까?

    현 중3 학생들은 외고·자사고 진학을 준비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도 떠안게 됐다. 외고·자사고가 폐지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해, 변화할 대입전형에 외고·자사고 진학이 유리한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름방학만 되면 붐비던 학원가의 특목고 입시설명회가 한산해졌다. 입시컨설팅 사이트 ‘학원멘토’의 임태형 대표는 입시설명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작년에 비해 외고·자사고에 대한 열기가 많이 식은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뚜렷한 목적 없이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자녀를 외고·자사고에 보낼까 찔러보는 부모들이 줄어든 것이지, 꾸준히 외고·자사고를 준비하는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요”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또한 외고·자사고라 할지라도 어떤 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수능 절대평가가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고 전한다. “유명 자사고인 H고와 S고는 같은 자사고여도 대학 진학자들이 어떤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는지가 굉장히 달라요. H고의 경우 교내 프로그램이 잘 짜인 학교라 다수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했어요. 반면, S고의 경우 정시로 가는 인원이 많아서 수능 절대평가에 불리한 면이 있겠죠.”

    교육계 전문가들은 외고·자사고 진학이냐, 일반고 진학이냐를 따지기보다 자녀의 적성에 잘 맞는 학교를 가는 것이 향후 대입전형에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성에 잘 맞는 학교에 진학해야 학교생활 충실도가 높아지고,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성적만을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교내활동 참여 적극성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이 바라본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김정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학교생활 충실도나 전공 관심도, 학교나 학과에 대한 만족도 등이 다른 전형으로 진학한 학생들에 비해 높았습니다”라며 “앞으로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아이들을 뽑을 거예요. 대학 입장에선 고교생활을 충실히 한 아이가 대학생활도 잘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국가장학금을 받는 소득분위가 낮은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 학생부종합전형 출신인 경우가 정시보다 많아요. 사교육 유발도 가장 적고요.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 성적을 잘 받는 학생보다 스스로 성취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을 뽑을 예정입니다”라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월드컵둥이’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김 입학사정관은 중3 학생들의 대처법을 묻는 질문에 “현 중3 학생들의 문제는 고등학교 유형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한다고 무조건 자사고나 특목고에 보낼 게 아니라, 잘 맞는 학교에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일반고의 경우도,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자신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소개를 해놨어요. 학교마다 특성이 다르니 그런 부분을 살펴보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학 진학에 유리합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한 학생 중에 평소 학교에서 과학실험을 열심히 하고 관련 책을 많이 읽어 생명공학과에 진학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월등하진 않았지만 학생부 평가가 좋아서 뽑혔죠. 지금 2학년인데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라고 기억에 남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학생을 회상하기도 했다.

    일관성 없이 교내활동을 하는 것이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느냐는 질문엔 “예전엔 교외활동도 평가에 반영됐지만, 지금은 교과활동이 중요해요. 요즘엔 A를 하다가 B로 바뀌어도 본인이 열심히 했고, 고민한 흔적만 보인다면 불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고민하지 말고, 독서·동아리·학교활동을 중점적으로 하세요. 또 대학 진학 시 필요한 역량을 개발해놓는 것도 좋습니다. 이를테면, 대학에 들어간 이후 원어민 수업을 받거나 원서로 공부할 일이 많으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놓는 거죠. 또한 교과세부특기를 위해 수행평가나 토론활동, 탐구보고서 작성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도움말
    김경숙(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조근주(열정스토리 진로진학연구소장)
    임태형(입시컨설팅 사이트 ‘학원멘토’ 대표)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