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化' 되는 홍콩이 싫어서 짐쌉니다

    입력 : 2017.09.13 03:04

    [중국의 정치·문화 통제 강화에… 서방 이민 크게 늘어]

    '한 국가 두 제도' 원칙 온데간데… 살인적 집값도 '엑소더스' 부추겨
    캐나다 이민 1200명 역대 최고

    1997년 홍콩(香港)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을 떠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홍콩인의 숫자가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호주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홍콩인의 숫자도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환 당시 홍콩인에게 약속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제도)'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홍콩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자, 이에 불만과 불안을 느낀 홍콩인이 고향을 떠나 서방으로 이주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4~16년 해외 이민한 홍콩인 추이 외
    홍콩 주재 캐나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영주권을 얻은 홍콩인은 모두 1210명으로 홍콩 반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인 이른바 '우산 혁명'이 일어난 2014년 585명이었던 캐나다 이민자는 이듬해인 2015년 630명으로 증가했고, 작년에는 그 숫자가 1200명을 넘었다. 올 상반기에도 660명이 캐나다 영주권을 얻어, 올해 캐나다 이민자 수도 작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을 떠나는 전체 이민자 숫자도 2013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월 홍콩 매체 '홍콩프리프레스(HKFP)'가 보도한 홍콩 보안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이민을 신청한 홍콩인은 총 7600여 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6900여 명, 2015년 7000명에 이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해 홍콩인이 가장 많이 이민을 간 나라는 미국으로 2800여 명을 기록했다. 호주가 2100여 명, 캐나다가 121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화권인 대만 이민을 선택한 홍콩인도 1086명으로 집계됐다.

    홍콩에서는 1997년 반환을 앞두고 중국 통치를 우려한 홍콩인들의 이민이 급증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1989년에는 4만2000여 명이 한꺼번에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홍콩 반환 이후에는 호주·캐나다 등이 이민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홍콩 경제가 좋아지면서 이민자 숫자가 꾸준히 줄었다가 2014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홍콩인이 홍콩을 등지는 이유로는 날로 강화되는 중국 정부의 통제와 살인적인 집값 등이 꼽힌다. 지난해 캐나다로 이주한 쎄카얀(34)씨는 SCMP에 "높은 노동 강도와 아이들의 학업 부담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느꼈다"며 "2014년 '우산 혁명' 시위도 이민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이민 대행사 관계자는 "홍콩 청년들이 사회가 불안정하다고 느낀다"며 "미국·캐나다·호주로 이민을 떠나겠다는 상담이 2013년 이후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주민 중에도 이민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홍콩 싱크탱크 '시빅익스체인지'가 홍콩·싱가포르·상하이 3개 도시 거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홍콩인(조사 대상 1500명)의 42%는 "기회만 되면 홍콩(현 거주지)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이는 상하이(17%), 싱가포르(20%)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또 홍콩인의 70%는 "과거보다 홍콩의 생활 조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홍콩 외곽의 한 건물 내 구석에 철창을 갖다 놓고 잠자리로 이용하는 한 노인의 모습이다.
    치솟는 집값 못 이겨 철창에 거주 - 홍콩 외곽의 한 건물 내 구석에 철창을 갖다 놓고 잠자리로 이용하는 한 노인의 모습이다. 살인적으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홍콩 서민 중에 적지 않은 숫자가‘철창 집’에 살고 있다.
    홍콩의 정치·경제 현실에 반발하는 홍콩인도 계속 늘고 있다. 2014년 10월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불허하자, 홍콩 젊은 층과 독립 세력을 중심으로 홍콩 도심을 점령하는 '우산 혁명'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 10월에는 중국 지도부를 비판하는 서적을 출간한 홍콩 서점 주인이 홍콩 시내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 홍콩 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홍콩 내부의 친중·반중 갈등도 심상치 않다. 이달 초 홍콩 중문대 캠퍼스 내에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현수막 등이 나붙자 중국 출신 학생들이 이를 제거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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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캐나다 이민 1200명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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