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덮었는데… 경찰 재조사로 밝혀진 울산 집단 괴롭힘 사건

    입력 : 2017.09.13 03:04

    13세 자살… 가짜 유서 파문도

    지난 6월 울산의 중학교 1학년 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 이 학생이 동급생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학교와 경찰은 늑장, 소극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올해 3~4월 한 중학교에서 A(13)군을 때리거나 괴롭힌 같은 반 학생 9명을 폭행 등 혐의로 울산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3월 입학한 A군이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몇몇 급우가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모자를 잡아 당기며 괴롭혔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온 A군의 말투가 이상하다며 흉내를 내며 놀리기도 했다. 지난 4월 28일엔 A군이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의자를 뒤로 빼내 주저앉게 만들었다. A군은 학교 3층에서 뛰어내리려다 다른 친구들이 말려 그만뒀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A군은 지역 상담 시설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 시설은 A군에 대한 동급생들의 '집단 괴롭힘' 을 학교 측에 통보했다. 학교 측은 5월 16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다. 신고 이후 14일 이내에 회의를 열도록 돼 있으나 나흘이 늦은 18일 만에 했다. 피해자 측에 회의 참석 통보도 하지 않았다. 위원회 측은 "학교 폭력이 아니다"며 '병원 진료 및 학업 중단 숙려' 결정을 내렸다. 학업 중단 숙려는 학교를 잠시 쉬면서 대안학교 진학 등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A군의 아버지는 지난 5월 20일 경찰에 학교 폭력 신고를 했다. 하지만 A군은 6월15일 '아버지, 미안해요. 사랑해요'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학교 인근 5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은 학교 폭력 탓"이라며 울산시 학교폭력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역위는 지난 7월 17일 이 청구를 기각했다.

    아버지는 지난 7월 19일 '학교가 가기 싫다. 애들이 나를 괴롭힌다'는 내용이 적힌 아들의 유서를 공개하고, 서울의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울산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청은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학교 폭력 전문 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했다. 아버지는 지난달 9일 '유서는 내가 만든 것'이라며 조작을 자인했다. 그러나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A군이 동급생들로부터 따돌림,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A군이 처음 다녔던 중학교 교장이 경찰청 전문 조사관에게 금품 제공을 암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교장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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