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도 싫다"… 요즘은 주민 편의시설이 님비 대상

    입력 : 2017.09.13 03:04 | 수정 : 2017.09.13 09:04

    [야구장 등 체육 시설도 수난]

    - 예전엔 개발 好材였는데…
    "외부인 몰려와 교통·주차난·소음·빛 공해로 삶의 질 떨어져"

    주변에 영화관·축구장 등이 들어오는 데 반대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외부인이 몰려와 주차난이 생기고, 시설에서 발생하는 소음·빛 공해가 생활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엔 하수 처리 시설, 쓰레기장 같은 것을 기피했다. 최근엔 주민 편의 시설도 '님비(NIMBY·특정 시설이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일) 현상'의 새로운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영화관 건물 신축을 반대하며 비상대책위를 결성했다. 이 영화관 운영 업체는 지난해 10월 옛 대기업 창고 터를 사들여 '성수동 문화 복합 시설'을 짓기로 했다. 저층부에는 사무실과 복합상가, 고층부에는 영화관이 들어선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대 서명에 나섰다. 교통과 주차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한 주민은 "영화관 부지 인근에 학교가 많다. 영화관과 상가 때문에 차가 늘어나면 아이들 통학길 안전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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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아파트 주민들이 영화관 등이 포함된‘성수동 문화 복합 시설(가칭)’신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왼쪽).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동작구청 앞에서 아파트 옆 실외 골프 연습장 설치 허가를 취소하라는 시위를 했다. /김상윤·이태경 기자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엔 이런 편의 시설을 유치하려고 민원을 넣었다. 지금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영화관 측은 "인근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관·야구장 같은 대형 시설이 기피 시설이 됐다"며 "요즘엔 소음이나 교통 혼잡 문제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야구장·축구장·테니스장 등 체육 시설도 수난을 겪고 있다. 경기도 군포의 아파트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사회인 야구장 건설에 반대하는 민원을 지자체에 제기했다. 군포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 중인 이 아파트 옆에 야구장을 포함한 체육공원을 조성 중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 사회인 야구장이 들어서면 야간 조명과 소음 피해, 불법 주차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입주자 모임 커뮤니티에는 '사회인 야구장 때문에 입주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군포시는 "체육공원은 이미 아파트 분양 전 허가가 난 건"이라며 "방음벽을 세우는 등 소음·조명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부산 온천천 야외 농구장에서 한 30대 남성이 농구하던 동호인들의 공을 발로 차 물에 빠뜨려 재물 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부산 동래경찰서 측은 "자정이 넘은 시간 잠을 자려다 농구공 튀기는 소리에 화가 나 뛰쳐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온천천 일대에는 농구장을 포함해 41개 체육 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난 12일 서울 동작구청 앞에서는 흑석동 아파트 주민들이 실외 골프 연습장 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정모(51)씨는 "나도 골프가 취미지만 누가 집 근처에서 매일같이 공 치는 소리가 나는 걸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축구장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김혜련(32)씨는 "축구장을 이용하려고 외부인들이 대형 버스로 오가는 바람에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기 겁난다"고 했다. 레저·문화 시설이 드물었던 시절엔 편의 시설이 집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주민들이 좋아했다. "요즘엔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이런 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 집 앞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미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변화를 싫어한다"며 "외지인들이 드나들어 범죄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번잡해지는 것을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잇따른 주민 불만에 시설 운영자들은 자구책을 짜내고 있다. 서울 강동구 한 축구장은 도로 하나를 두고 아파트·빌라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해 9월 개장 이후 "심판 호루라기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외지인이 몰려와 시끄럽게 떠든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이 축구장은 주로 직장인 동호인들이 퇴근 후 찾아 밤 11시까지 운영했다. 그러나 연이은 민원에 결국 지난달부터 주말엔 밤 10시까지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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