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한국 축구, 월드컵에서도 백패스만 할 건가

    입력 : 2017.09.13 03:15

    월드컵 9회 연속 진출했지만 '뻥' 축구·백패스 답답한 경기 욕 안 먹는 플레이 배운 탓 커
    IT 강국 장점 살려 해법 찾아야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언제부터인가 한국 축구 대표팀 경기에 이어 일본 대표팀 경기를 보면 "축구는 저렇게 해야 하는데…" 부러운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는 실수가 두려워 백패스 하기 급급한데 일본은 전진 패스가 날카롭게 이어지다 골이 터진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조 2위로 진출하고,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제치고 1위로 진출한 데는 무엇보다 기본기의 차이가 컸다. 상대 골문을 향해 패스하고 골을 넣어 이기는 스포츠가 축구인데 한국은 최근 이란과 두 경기에서 유효 슈팅 '제로'를 기록했다. 옛날이긴 하지만 한때 한 수 아래라고까지 여겼던 일본 축구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득하게 뒤처진 신세가 됐다.

    스포츠 컨설팅 전문가인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는 일본 구단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던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유소년 육성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동양 선수가 어떻게 하면 유럽 구단 진출이 가능한지 토론을 하게 됐어요. '동양 선수는 체력으로는 유럽 선수를 앞서기 힘들고 기술로는 남미 선수에 뒤진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스마트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 경기하면서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선수들이 있다….' 공이 오기 전에 상대의 움직임과 우리 편 움직임을 보고 어떻게 공을 연결하면 좋은 이야기(흐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거죠. 그런 선수들은 유럽에서도 통하더라는 거죠. 일본에서는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 즉 창의성을 유소년 축구 육성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해요."

    5일 오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면서 자주 하는 말은 "밥 먹고 공만 차는데도 그 모양이냐"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전후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니 우리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16년가량 공을 찼다. '달인'이 될 만한 시간과 경험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면 쟁반 수십 개를 머리에 이고도 비좁은 시장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가는 밥집 아주머니와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만두를 빚어내는 동네 요리사까지 나온다. 그런데 가장 잘한다는 대표 선수들마저 책임 회피성 백패스나 '뻥 축구'를 한다. 어릴 때부터 지도자에게 욕 안 먹고 손찌검 안 당하려는 축구를 하게 되는 우리 시스템이 오히려 달인이 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본기에 강한 한국 여자 골프가 정상에 오르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다.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진 독일이나 스페인에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15~17세까지 드리블, 빠른 볼 처리 능력, 강하고 정확한 패스,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 등 기본을 철저히 다진다. 요즘은 일본까지 이렇게 선수를 길러낸다.

    이런 시스템의 변혁과 함께 발등의 급한 불도 꺼야 한다.

    축구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는데도 지난 일주일 질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축구로는 월드컵에서 망신만 당할 거라는 걱정이다. 급기야 "히딩크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겨라"며 청와대 웹 사이트에 청원 운동까지 하는 팬들도 있다. 2002년 같은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일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 체제로 간다"는 입장인데 충분한 대답은 아니다. 남은 9개월 동안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다윗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야구에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승부의 핵심 성공 요소를 잡아내 몸값이 싼 선수들로도 뉴욕 양키스보다 좋은 성적을 올려 '머니볼' 열풍을 일으켰다. 독일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술로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대1로 대파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한국도 IT 강국이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숨은 보석을 캐낼 수도 있다. 코칭 스태프의 보강 등 기존 틀을 넘어서는 열린 자세로 해법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한국 축구 안 본다'는 팬들이 불어나는 걸 정말 두렵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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