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살 중학생, 학교폭력 피해 밝혀져…교장이 뇌물로 무마 시도 정황도 드러나

    입력 : 2017.09.12 16:27

    /조선DB

    지난 6월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울산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두 차례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 과정에 학폭위의 부실 검증과 학교장의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이모(13)군에 대한 수사 결과, 이군이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타 지역 출신인 이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3월부터 팔과 뒤통수를 때리고 말투를 따라하거나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하는 등 괴롭혔다.

    이군은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학교 3층 복도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말렸다. 이후 이군은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센터 측이 이 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하지만 지난 5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이군이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한다는 이유로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을 무혐의 처리했다. 또 이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함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병원 진료 및 학업중단 숙려제 실시’를 통보했다.

    이후 이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 6월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후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 조사에선 이군이 다녔던 학교의 교장 정모(52)씨가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 조모(40) 경사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씨는 이군이 세상을 떠난 후 조 경사에게 “경사님 선에서 덮고 끝냈으면 좋겠다. 한두 사람이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은 좀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날에는 조 경사를 차에 억지로 태우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 뒤 무릎을 꿇고 손가락 두개를 올리며 “이거면 되겠느냐.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가락을 편 적이 없다”며 “술 좋아하시냐는 의미로 잘 부탁한다고 엄지 손가락을 올렸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현재 경찰은 정씨의 뇌물공여 의사표시죄 등의 혐의도 수사 중이다.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간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만간 울산지방법원 소년부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당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교전담경찰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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