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같던 리디아 고, 이제 살아나나

    입력 : 2017.09.12 03:03

    시즌전 캐디·스윙·클럽 바꾸고 퍼팅 그립까지 손 봐
    랭킹·상금순위 줄줄이 하락 "왜 이러는지 나도 몰라"
    인디 위민 챔피언십 2위로… 모처럼 리더 보드에 이름 올려

    이름을 가리고 보면 도저히 '골프 천재 소녀'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성적표다.

    85주간 1위였던 세계 랭킹은 최근 8위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금 랭킹은 20위(63만달러), 평균 타수는 21위(70.08타), '올해의 선수' 부문은 24위(36점)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최하위권인 134위(244야드), 아이언샷의 정확성을 볼 수 있는 그린 적중률은 35위(71.51%), 평균 퍼트 수는 16위(29.13개)다. 우승은 고사하고 컷 통과도 쉽지 않은 데이터다.

    이 성적표의 주인공은 스무 살이 되기 전 14승을 거두며 골프 역사를 새로 쓴 리디아 고(20)다. 지난해 7월 마라톤 클래식 이후 우승이 없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캐디와 스윙 코치, 클럽을 모두 바꿔 버렸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과는 마술 지팡이를 잃은 마법사처럼 되고 말았다.

     반격의 신호탄일까, 반짝 상승일까. 캐디와 코치, 스윙 패턴, 클럽을 모두 바꾼 뒤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리디아 고가 10일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에서 준우승했다.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하는 리디아 고.
    반격의 신호탄일까, 반짝 상승일까. 캐디와 코치, 스윙 패턴, 클럽을 모두 바꾼 뒤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리디아 고가 10일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에서 준우승했다.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하는 리디아 고. /AFP 연합뉴스
    여자 골프엔 믿기 힘들 정도로 수직 추락한 경우들이 더러 있다. 109주간 세계 1위를 지키다 돌연 몰락한 청야니(28·대만)가 대표적이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 1위의 중압감에 시달렸고 여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지난해 5승을 올리며 LPGA 투어를 집어삼킬 것 같던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도 올해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2주 만에 세계 1위에서 내려왔다.

    무리한 변신을 시도한 리디아 고는 어떻게 될까. 리디아 고는 선수 생활동안 꾸준히 변화를 줬던 타이거 우즈보다도 더 많은 것을 더 짧은 시간에 바꿨다.

    믿기 힘든 천재의 추락 정리 표
    지난 3년간 리디아 고는 데이비드 레드베터에게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궤도가 다른 'A 스윙'(클럽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완만하게 내려오는 궤도가 'A자' 같아서 붙은 이름)을 배웠는데 올 2월 새 스윙 코치 개리 길크라이스트로부터는 궤도가 똑같은 '원 플레인 스윙'으로 다시 바꿨다. 클럽도 PXG로 교체했다. 알고 보니 퍼팅 그립도 두 번이나 바꿨다. 그는 긴 거리 퍼팅은 보통 그립으로 하되 짧은 퍼팅은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했었다. 이걸 모두 보통 그립으로 바꾸었다가 지난여름 새로운 퍼팅 코치를 영입하고 다시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한다. 리디아 고는 "퍼팅 스트로크 궤도도 바꿨다"며 "퍼팅이 편안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늘 이기는 길을 아는 '알파고' 같던 리디아 고도 과다하게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는 컴퓨터처럼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리디아 고는 최근 "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왜 잘 못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리디아 고가 곧 예전 기량을 되찾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스윙 코치 길크라이스트는 "리디아는 볼 스트라이킹이 아니라 마인드 셋의 천재였다"며 "예전처럼 편안한 느낌과 자신감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명예의 전당 회원인 줄리 랜킨은 "변화에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리디아는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리디아 고는 10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렉시 톰프슨(미국)에 이어 준우승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2위 도약이 부활의 출발점이 아니겠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톱 10에 든 것은 지난 6월 마이어 클래식 공동 10위 이후 3개월 만이었다. 오는 14일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은 리디아 고가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 아니면 반짝 반등이었는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최연소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인연이 있다.

    [인물정보]
    쭈타누깐, 리디아고 제치고 '세계랭킹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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