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환 찾는 주민들… 경주, 아직 악몽 꾼다

    입력 : 2017.09.12 03:05

    ['9·12 지진' 1년… 달라진 삶]

    - 경주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문화재·한옥마을 거의 복구… 진앙 주변 일부 농촌 보상 안돼

    - "한반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전국 30곳 지진체험관에 발길… 안전에 대한 관심 많이 늘어

    지난해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를 뒤흔들었다. 이재민 111명이 발생했다. 경주·울산 등 6개 시·도의 재산 피해액은 110억2000여만원에 이르렀다. 1년이 지나 많은 곳이 복구됐지만, 지진의 상흔을 아직 드러낸 농촌도 있었다.

    "지진 야그는 고마하라카이. 내 평생 그때만큼 식겁한 적이 없다 아이가." 지난 10일 오후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지진이라는 말에 몸서리를 쳤다. 내남면 부지리는 당시 지진의 진앙이다. 첫 지진 발생 후 633차례 계속된 여진을 겪었다. 담벼락 곳곳에 지진이 할퀴고 간 균열이 그대로였다.

    ◇문화재·한옥 마을은 복구됐지만…

    경주시는 피해 재난 보상금을 5590건, 57억6000만원 지급했다. 담벼락 붕괴나 벽 균열도 보상 대상이었다. 그러나 여진 피해가 막심한 부지 1·2리 120여 가구 중 4가구만 100만~500만원 보상을 받았다. 지붕 기와는 반파(半破)돼야 한다는 등 보상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끈으로 묶은 난간… 담벼락 대신 철망 - 1년 전 진앙이었던 경주 내남면 부지2리 곳곳엔 지진이 남긴 상처가 여전했다. 11일 주민 김용조(74)씨가 지진으로 기울어진 옥상 난간을 고정하려고 묶은 끈을 당겨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박종헌(64) 이장이 지진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철망으로 이어놓은 이웃집 담벼락을 살펴보고 있다. 마을 주민 43가구 중 41가구는 지진 피해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각자 알아서 집을 수리해야 했다. /권광순 기자
    보상에서 제외된 일부 농가의 담은 방치돼 쓰러질 듯했다. 부지2리 박종헌(64) 이장은 "지진 후 땅값이 점점 떨어지더니 최근엔 매매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피해 상황을 아직도 전부 조사하지 못했다"며 "합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추가 보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 관광객은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주시는 피해 문화재 57곳 중 45곳의 보수를 마쳤다. 북쪽으로 2㎝ 기울고, 상부 정자석(井字石)이 움직인 첨성대엔 안전조치를 끝냈다. 앞으로는 지반 침하 등을 조사할 자동 계측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불국사의 석가탑은 지진 후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거의 없었다. 난간석 일부가 내려앉았던 다보탑 보수 공사는 얼마전마무리됐다. 국립경주박물관 밖에 있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 신종 종각의 보강은 올해 초 끝났다.

    기와지붕이 무너졌던 황남동 한옥마을은 대부분 복구됐다. 기와가 날아간 자리에 임시로 씌워뒀던 푸른 비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싼 전통 기와 대신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값싼 함석 기와가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아직도 지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지난 10일 경주시의 한 약사는 "1년이 지났지만, 청심환이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팔린다"며 "지진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인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건물 내진 보강·지진 안전체험 늘어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됐다. 정부는 석 달 후 지진 방재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지진 옥외 대피소 8155곳, 실내 구호소 2489곳을 지정하고 지진 국민행동요령을 새로 펴냈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도 확대했다. 기존엔 3층 또는 500㎡ 이상의 건축물을 새로 지을 때 내진 보강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주택과 200㎡ 이상 건축물은 내진 보강을 하도록 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2조8267억원을 들여 공항·철도·학교 등 공공시설 내진율을 40.9%에서 54%까지 높이기로 했다.

    지진 상황을 가정한 안전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엔 안전체험관이 총 30곳이 있다. 지진, 화재, 태풍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119 대원으로부터 안전 요령을 배우는 곳이다. 서울 보라매 안전체험관은 지난 1일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9월 개관일 26일 중 21일이 마감됐다. 올해 8월까지 벌써 11만2000여 명이 체험관을 찾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2000명이 늘었다. 이곳엔 규모 7.0 지진을 겪어볼 수 있는 부엌 세트장과 정전 상황을 가정한 대피 체험장이 있다.

    정부는 경주 지진 1년을 맞아 오는 15일까지를 지진 안전 주간으로 정하고 주민 대피훈련을 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학과 교수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대피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지진 발생 당일 밤을 침착하게 보내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정보]
    경상북도 남동쪽에 위치한 경주시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