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각은 하나의 연극 무대"

    입력 : 2017.09.12 03:05

    조각가 심문섭 대규모 회고전… 50년간의 작품 130점 한곳에

    "예전에는 멋대로 구멍을 뚫고 파가며 내 생각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졌죠. 재료마다 숨결을 살려주자, 벌레 먹은 것까지도 그들의 생김새를 되살려주자 마음먹고 재료와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심문섭(74)은 나무, 철, 돌 등으로 조각을 만든다. 인위로 가공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다. 그는 자신의 조각을 "하나의 연극 무대"라고도 했다. 작품을 통해 주변 상황과 공간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각이 주인공이고 난 연출가라 '무대'에서 늘 한발 뒤에 서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나무와 원목 테이블, 모니터와 의자로 하나의 풍경을 묘사한 심문섭의‘반추’.
    대나무와 원목 테이블, 모니터와 의자로 하나의 풍경을 묘사한 심문섭의‘반추’. /국립현대미술관
    10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 전시는 한국 조각계를 대표해온 심문섭의 50년 화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다. 제7회 파리비엔날레(1971년)에 참가하며 세계 무대로도 진출한 심문섭의 초기 조각부터 회화, 사진 등 130여 점을 선보인다.

    심문섭의 조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덜 깎고, 덜 만져 미완성인 것처럼 보인다. 점토를 반으로 툭 잘라 울퉁불퉁하고 거친 '얼굴'을 보여주거나, 한옥에 사용됐다 버려진 나무의 표면을 깎아 속살을 보여주는 식이다. 작가는 "조각이 어수룩하고 미욱해 보일지언정 나는 그것이 여유고 여백이라 생각한다"며 "그들과 속엣말 나누며 작품을 완성해가는 건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칠순 넘은 나이에도 직장인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 작업하는 심문섭은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하다. "작품이 많다는 건 제 길을 못 찾고 헤맸다는 뜻이지요. 답을 못 찾아서 이리저리 가다 보니 덧없이 작품 수만 많아졌네요(웃음)." 그는 "이번 전시는 회고전이지만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전시를 한다는 건 내 되새김이고 허물을 벗는 것인데, 난 여전히 답을 못 찾았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갈 겁니다." 그는 "오늘은 지쳐도 내일은 더 좋고 즐거운 것이 있겠지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반세기 내 작업의 원동력"이라며 활짝 웃었다.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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