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경제 위기 최후 방어선 지켜질까

  • 김기훈 위비경영연구소장

    입력 : 2017.09.12 03:14

    김영삼 정권의 IMF 위기는 정부 재정 튼튼해서 극복
    가계 빚·경영난, 또 위기인데 나라 곳간 잘 지킬지 걱정돼

    김기훈 위비경영연구소장
    김기훈 위비경영연구소장

    한국 경제가 북핵 위기,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거대한 외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안으로도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세금 부담 증가, 생활 물가 상승으로 혼란스럽다. 세계경제 호조의 골든 타임을 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다. 기업과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면 대뜸 이런 질문이 튀어나온다. "한국 경제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요?" "정부가 위기 대응 능력은 있는 거요?"….

    대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비교 대상은 20여년 전 김영삼 정부 초기이다.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이행하던 시기에 '경제 나사'가 풀어졌던 상황이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복지국가를 향해 돌진하는 지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했다. 전임 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2% 선까지 떨어졌다. 1980년 2차 오일 쇼크 때 마이너스 성장 이후 최악이었다. 문제의 바탕에는 '고비용·저효율'이라는 한국병(韓國病)이 깔려 있었다. 노 대통령 시절에 민주화 바람을 타고 임금과 물가는 상승했고, 기업들은 투자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기는 극성을 부렸다. 결국 비용이 상승하고 생산성은 하락하자 기업들은 해외 투자한다며 한국을 탈출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 초 경기 부양에 나섰다. 다행히 일본 엔고 현상이 한국 수출 기업에 도움을 줬다. 지금처럼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특수를 누렸다. 덕분에 취임 2~3년 차에 경기가 좋아졌다. 그러자 한국병은 김 대통령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가는 컸다. 한국병에 경제 리더십 부재, 월스트리트에 대한 무지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의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업들이 연쇄 부도가 났다. 상상도 못하던 은행 파산이 현실이 됐다. 가장들이 실직해 길거리로 쫓겨났다. 파탄 난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마지막 구명줄이 하나 남아 있었다. 튼튼한 정부 재정이었다. 김 대통령은 기업·금융회사의 외환 관리를 잘못해 IMF 사태를 초래했지만 정부 곳간은 괜찮았다. 그 덕에 배턴을 이어받은 김대중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한 돈으로 금융·외환 시스템을 복원할 수 있었다.

    8월2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복지 확대를 위해 적자 살림을 감수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신현종 기자
    외환 위기 20년을 맞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경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원로들은 문 대통령의 실험에서 한국병의 부활을 떠올리는 듯하다. 임금과 물가는 오르고, 반도체 특수는 착시 현상을 낳고 있다. 대학교수 출신이 실권을 쥐자 관료들이 시큰둥한 것도 비슷하다. 예전의 엔고 호재는 엔저 악재로 바뀌어 한국 수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 대응의 최후 방어선은 예전만큼 튼튼한가. 문 대통령은 정부 곳간을 잘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39.7%에서 5년 후 40.4%로 0.7%포인트만 오르도록 계획을 짰다. 빚 증가율이 노무현 정부(11.1%포인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빚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던 이명박(3.5%포인트)·박근혜(7.5%포인트) 정부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할까. 5년간 '퍼주기 지출'을 줄이든가 세금 수입이 더 늘어나면 된다. 그러나 이미 경제성장률보다 더 많이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한국병이 부활하는데도 기업 경기가 활발해져 세금 수입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까. 국민 원성을 무릅쓰고 박근혜 정부보다 더 악착같이 세금을 걷을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핑크빛 재정 전망에 원로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이다.

    20년 전 외환 위기 때는 가계·기업이 흔들려도 견실한 정부 덕에 한국 경제가 재건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가계는 빚에 찌들었고 기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마저 주머니가 비어가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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