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처녀와 결혼하면 500만원'…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금 제도, "국가가 인신매매 장려하나?"

입력 2017.09.11 14:47 | 수정 2017.09.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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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를 국가적으로 장려하다니요?”

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골 남성들에 대한 매매혼 지원금 지급 중지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사람은 일부 지역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제도에 대해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좋게 포장되지만, 실상 인신매매와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에는 5일 만에 80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사람을 사고파는 데 국가가 지원을 해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법적으로 규제해도 모자랄 판에 나라에서 지원금을 주느냐’ ‘여자나 사오는 창피한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인구 정책 일환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제도가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혼 남성 국제결혼 지원제도’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농촌에 거주하는 만35세 이상 미혼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할 경우 결혼과 관련한 비용을 1인당 300만~6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현재 전남 구례·나주·화순, 전북 진안·장수, 충북 단양·증평·청양 등 가파른 인구 감소로 지역 사회 존립이 기로에 선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도(道) 차원에서 조례로 입안한 곳도 있다. 경상남도는 18개 시·군 전역에 조건을 충족하는 국제결혼을 한 남성에 최대 600만원까지 현금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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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농촌 공동화(空洞化)를 막자는 취지에서 속속 도입됐다. 가정을 꾸리고 싶어도 국내에서 신부를 구하지 못하고 국제결혼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농촌 총각들에게 결혼 비용을 지원해주면 국제결혼이 늘고 자연스레 인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이주한 여성들이 가정 폭력을 겪는 사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과연 지방자체단체에서 돈을 줘가면서까지 장려할 일인가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최근 3년간 이주여성 상담전화 다누리콜센터에 접수된 폭력피해 상담건수는 4만7946건으로, 전체 상담건수의 10%가 넘는다. 지난해만 1만5519건으로 하루 평균 40건이 넘는 가정폭력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부모(31)씨가 시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인권문제는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주 여성의 모국(母國)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2010년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 결혼이 인신매매 통로로 이용된다’며 오직 한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국제결혼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캄보디아는 ▲만 50세 이상 한국남성 금지 ▲월소득 최소 300만원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금혼령을 해제해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여성시대 등 온라인 여초(女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최근 다시금 알려지면서 ‘국가가 조장하는 인신매매’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개도국 여자 사와서 결혼하는 걸 장려 정책이라고 하는 것인가’ ‘근본적 해결책 내놓지 못하고 눈가리고 아웅한다’ ‘국가가 인신매매 장려하며 돈까지 쥐어주는 것인가’는 등 비판이 쏟아진다.

‘남성’만 제도의 수혜자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시골에 사는 여성은 혜택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국제결혼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충북 단양군의회는 국제결혼 지원 대상자 범위를 ‘농촌총각’에서 ‘미혼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조례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했다.

다문화가족 정책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문제는 인지하고는 있지만, 각 지자체의 지원 사업을 강제로 금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지원과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현물이나 현금 지급 방식이나 국제결혼만을 지원하는 등 시혜적인 제도를 시행하지 않도록 각종 인센티브 차등 지급을 통해 유도·권고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시·군 재원을 들여 운영하는 정책을 일일이 제한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이주 여성을 데리고 오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한국 사회에 적응을 돕는 데 쓰는 것이 올바르고 효과적인 다문화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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