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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국산화 '5부 능선' 곧 넘는다

    입력 : 2017.09.10 23:28

    SK케미칼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이르면 이달 허가 나올 가능성… 자급률 처음으로 50% 달성
    녹십자도 내달 신제품 내놓을 듯

    폐렴구균·자궁경부암 백신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도 박차

    제약업계가 백신 국산화 5부 능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SK케미칼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승인이 임박하면서 국내 백신 자급률이 처음으로 50%(28개 중 14개)를 넘게 되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쯤 허가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독점해오던 백신 시장이 빠르게 국산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신종플루가 터진 2009년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예정대로 백신 승인이 나온다면 국산 백신은 8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다. 대부분 물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던 한국 제약 업계가 이제는 백신 강국 진입을 노릴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백신 국산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

    현재 전 세계에 상용화된 백신은 B형간염·폐렴구균·홍역 등 총 28종이다.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하기 때문에 면역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안전해야 한다. 일반 합성 신약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고 까다로워 세계 백신 시장은 화이자·사노피·머크·노바티스 등 소수 다국적 제약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 안동의 SK케미칼 공장에서 연구원이 생산된 백신을 점검하는 모습.
    SK케미칼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이 이달 내 판매 허가를 받으면 국내 백신 자급률이 처음으로 50%(28개 중 14개)를 넘을 전망이다. 사진은 경북 안동의 SK케미칼 공장에서 연구원이 생산된 백신을 점검하는 모습. /SK케미칼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늘어나면서 백신 자급화가 국가 의료 체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한 국가에만 질병이 유행하면 외국에서 백신을 수입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질병이 동시에 여러 나라에서 퍼질 경우 백신 기술을 갖추지 않은 국가는 제대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선 백신 국산화를 식량 자급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백신 자급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백신 부족 사태를 겪은 이후 정부와 제약 기업이 합심해 백신 국산화에 나선 덕분이다. 정부가 백신 후보 물질 개발부터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고,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하는 식이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과장은 "한국의 백신 자급화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2008년 안동 공장 착공 이후 지금까지 백신 개발에 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케미칼이 올해 대상포진 백신을 출시하면 지난 2011년 미국계 기업 머크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이어온 독점 구조를 깨게 된다. 녹십자는 이르면 다음 달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파상풍과 디프테리아(세균에 의한 급성 감염 질환) 등 2가지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성인용 Td백신을 출시할 예정이다. 2009년 백신 공장을 신갈에서 전남 화순으로 옮기고 연구·생산 시설을 3배가량 늘리며 백신 연구에만 2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결과다. 녹십자는 국내 최초로 B형간염 백신(1983년)과 신종플루 백신(2009년) 개발에 성공한 국내 1위 백신 기업이다. 지금까지 수두·일본뇌염 등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백신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백신 개발도 박차

    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축적한 백신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가(高價) '프리미엄 백신'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프리미엄 백신은 수두·홍역 등 이미 어느 정도 치료 방법이 알려진 질병과 달리 폐렴구균이나 자궁경부암, 로타바이러스처럼 예방이 까다로운 질병을 막기 위해 개발한 백신이다. 일반 백신의 제품당 가격은 4만~5만원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백신은 15만~20만원 정도다. LG화학은 올해부터 3가지 폐렴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SK케미칼은 사노피 파스퇴르 등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으로 폐렴 백신을 개발해 현재 임상 막바지 단계이고 자궁경부암 백신도 임상 시험 중에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향후 국내사들이 백신 제품군을 늘리고 해외 유통망을 강화하면 외국계 기업들이 독점한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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