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이 가장 꺼리는 '韓→日→대만 핵 도미노' 압박

    입력 : 2017.09.11 03:11

    [트럼프, 유엔제재 표결 앞두고 시진핑에 경고 메시지]

    트럼프, 허리케인 대책회의서도 "북핵, 美뿐 아닌 전세계에 위협"
    백악관, 전술핵 관련 즉답 피해

    워싱턴 政街 "北이 핵 가졌는데 다른 한쪽이 그냥 있을 순 없어"
    美, 한국 요청땐 고민할 수밖에

    "대만 핵무장까지 이어질 카드" 美내부서도 '핵확산' 논란일듯

    미국이 1991년 이후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방침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북핵 문제가 그만큼 눈앞의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북핵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핵 무장이 현실화될 경우에 미국으로서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주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미국 내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만 비핵화 요구할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허리케인 어마(Irma) 대책 회의에서도 "오늘은 허리케인 문제뿐 아니라, 최근 북한 도발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650만명이 피난길에 오른 초대형 재난 대책 자리에서도 북핵 문제를 논의해야 할 만큼 '최우선 숙제'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는 광범위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었다.

    미국에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극적인 대북(對北) 경고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고, 4월엔 NBC방송이 "전술핵 배치도 옵션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한 데 이어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한 상황에서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이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워싱턴의 대표적 지한파로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은 최근 "한쪽이 비핵화의 약속을 어길 경우 다른 한쪽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핵개발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전술핵 배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도 (거부감 일변도였던)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미국으로선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 요청할 경우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동북아 핵도미노'로 중국 압박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검토'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유 금수조치 등 강력한 대북 압박 조치를 취해라.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동북아 핵도미노'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관련 언론 보도가 대북 제재 결의 표결(11일)을 앞두고 잇따라 나온 것은 이 같은 미 행정부의 의중을 뒷받침한다. 미 NBC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중국 측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수미 테리 전 CIA 북한 분석관도 본지에 "대만의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10일 "북이 핵무기를 완성해 핵을 독점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 동맹국들의 불안·불만이 커지며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올 수 있다"며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막으려면 차선책으로 전술핵이라도 갖다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카드' 활용을 넘어 실제 전술핵 재배치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핵무기 사용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낼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선 핵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전술핵 재배치는 '비확산'이라는 미국 안보 정책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로, 미 의회 등에서 격론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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